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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제목 두 소설 '혀' 공방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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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제목 두 소설 '혀' 공방 2라운드

입력
2008.10.2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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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이 표절 논란으로 오랜만에 뜨거워지고 있다. 동일한 제목을 가진 두 소설의 표절 논란에서 문단 헤게모니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작품은 중견작가 조경란(39)씨가 지난해 11월 펴낸 장편소설 <혀> . 혀를 모티프로 식욕과 성욕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다루고 있다. 논란은 신인작가 주이란(32)씨가 지난달 '혀'라는 단편이 실린 동명 소설집을 펴내면서 불거졌다.

주씨는 조씨의 장편이 자신의 신춘문예 응모작인'혀'를 베낀 것이라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조씨의 작품을 출판한 문학동네 측은 당시 '기성작가의 명성을 이용하려는 소설가 지망생의 공명심'정도로 취급하며 맞대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무렵 조씨는 동인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고, 리얼리즘 계열의 작가들이 이 상을 조씨에게 수여한 보수언론과 출판사를 공격함으로써 불씨가 커졌다.

■ 기성작가의 표절인가 신인작가의 공명심인가

주씨는 자신의 소설집 <혀> 에 실린 작가의 말과 보도자료 등을 통해 조씨의 작품이 '사랑하고, 맛보고, 거짓말하는' 혀라는 소재를 사용했고, 주인공이 혀를 잘라 요리해 먹는다는 엽기적인 내용 등이 자신의 작품과 동일하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주씨는 자신이 이 단편소설을 응모했던 2007년 한 신문의 신춘문예에서 조씨가 심사위원이었던 점을 거론하며 "조씨는 심사위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작가로서는 해서는 안 될 가장 비윤리적인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이에 대해 "당시 심사위원을 맡기는 했지만 주씨의 작품을 읽지는 않았다"며 주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조씨는"소설이라는 것이 갑자기 나오는 것이 아니고 한 가지 상상력만으로 창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주씨가) 본인 스스로 '영혼을 도둑 맞았다'고 애통해하면서 내 책이 나온 지 반년이 훨씬 지나서 의혹을 제기한 것도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문학동네측은 "작품에 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작가에게 있다. 표절에 관한 시비에 출판사가 나서는 데 한계가 분명 있다"면서도 "조씨의 작품은 10여년 전 조씨로부터 시놉시스를 듣고 출판 계약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문단 헤게모니 싸움으로 비화하나

그런데 '표절이냐 아니냐'였던 논란이 이 문제에 침묵하고 있는 보수언론에 대한 공격, 그리고 최근 급성장해 이른바 문단권력으로 불리는 출판사에 대한 비판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소설가인 김영현(53) 실천문학 대표는 최근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에 기고한 '문학이여 문학이여, 나라도 먼저 침을 뱉어주마'라는 글을 통해 상업주의에 물든 출판사, 스타 작가를 비판하지 않는 언론사 문학담당기자, 조씨에게 문학상을 준 신문을 싸잡아 비판했다.

김씨는 이 글에서 조씨에게 동인문학상을 준 심사위원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무언지 모를 냄새가, 그들만의 커넥션이 그려진다"며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살아남은 한국 문단의 유일한 파워"라고 비꼬았다.

앞서 소설가 김곰치(38)씨는 이 사이트에 '이 엽기적인 표절 의혹에 왜 침묵하는가'라는 글을 실었고, 칼럼니스트 홍세화씨도 "주이란의 도전적인 자세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주류 신문과 문단의 무반응"이라고 문단과 언론을 공격하며 불을 지폈다.

논란의 당사자인 조씨는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다. 조씨는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논쟁이 상식적인 선에서 여과되고 정리될 것으로 기대해 특별히 공개적으로 반박하지 않았다"며 "3일께 귀국, 필요하다면 입장표명을 하겠다"고 밝혀 이번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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