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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소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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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소년 감독'

입력
2008.10.2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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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는 때로 마법과 같은 힘을 발휘한다. 어른들에게는 얽히고 설킨 일들만 보이는 복잡한 세상이, 어린이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인다. 그 하나에 매달리는 동심의 열정에 때로 어른이, 세상이 바뀌고 만다.

멕시코 영화 '언더 더 쎄임 문'에서 엄마를 찾아 혼자 먼 길을 가는 9세 소년 까를리토스가 그랬다. 4년이나 헤어져 산 엄마가 보고 싶다는 단순하고 낙천적인 열망이 로스앤젤레스 버스정류장 옆 공중전화라는 단서 하나만으로도 엄마를 찾아내게 만든다.

새로 개봉하는 영화 '소년 감독'에서는 11세 강원도 산골 소년 상구(김영찬)가 그렇다.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마을 공동집하장 벽에 남긴 그림은 상구의 자랑이자 아버지의 숨결이었다.

하지만 집하장이 곧 헐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상구는 역시 아버지의 유품인 8㎜ 카메라로 벽화를 찍어두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필름을 구하러 진돗개 병태와 함께 서울행 기차에 오른다.

상구가 품은 또 하나의 소망은 마을 이장(김상호)의 딸 민희(론다 리 잭트니)의 것이기도 하다. 러시아 엄마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소녀 민희는 상구가 "서울 간 엄마 찾아주겠다"는 말에 선뜻 저금통을 털어 기차삯과 필름값으로 1만3,900원을 내어준다.

그런데 번잡한 대도시 서울은 상구 앞에서 전형적이지 않은 모습을 드러낸다. 상구가 누비고 다니는 서울의 시장통과 언덕배기 골목, 그리고 그곳 사람들은 마술처럼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현대의 삶 속에 숨어있는 아련한 과거를 끄집어내는 것은 이 영화의 매력이다.

그래서 영화는 사라져가는 것, 그리고 사라지고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을 진하게 풍긴다. 벽화와 카메라에서 아버지를 느끼는 상구만이 아니다.

밤마다 러시아 모델들이 나오는 홈쇼핑 채널에 시선을 고정하는 민희에게도, 먼지구덩이 단편영화 필름을 발견하고 앞서 간 친구를 생각하는 영화학교 선생에게도, 찍지 못할 시나리오를 틈틈이 고쳐쓰는 사진관 할아버지에게도, 사무치도록 그리운 것은 있는 것이다. 이우열 감독. 30일 개봉. 전체관람가.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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