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머루와인이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칠레산 와인의 수입 증가에 따른 무역 피해를 인정 받았다. 정부가 FTA 체결 이후 국내 기업의 피해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지식경제부 무역위원회는 22일 제260차 회의를 열고 산머루와인 제조기업 A사에 대해 한ㆍ칠레 FTA 이행에 따른 무역피해가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A사는 "2004년 한ㆍ칠레 FTA 체결 이후 칠레산 레드와인의 수입이 급증, 급격한 매출 감소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 8월 무역조정지원기업 지정을 신청했다.
무역위원회에 따르면 한ㆍ칠레 FTA 체결로 2004년 12.5%였던 칠레산 레드와인의 관세가 올해 2.5%로 떨어졌고 내년에는 무관세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칠레산 레드와인 수입액은 681만달러에서 2,318만달러로 3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A사의 올해 1~6월 산머루와인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60%나 감소했다.
무역위원회는 "칠레산 레드와인의 수입 가격이 A사의 산머루와인 납품단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데다 A사의 주요 거래처가 칠레산 레드와인 등 저렴한 수입 와인이 늘어나자 A사로부터 구매량을 줄인 점도 인정된다"며 "종합적으로 볼 때 칠레산 레드와인의 국내시장 잠식에 따라 산머루와인의 내수 판매가 부진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A사는 지식경제부의 무역조정지원기업 지정을 거쳐 자금 융자(연간 30억원 한도)와 컨설팅 비용의 80%(최대 2,400만원)를 지원 받게 됐다. 무역조정지원기업 지정이란 우리나라가 외국과 체결한 FTA의 이행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의 구조조정 등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4월 도입된 제도. 신청 기업의 매출 감소와 FTA 상대국으로부터 수입 증가의 인과 관계 등을 조사, 무역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무역피해 여부를 심의ㆍ판정한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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