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가노(長野)현 다카모리마치(高森町) 출신의 K(35)씨는 고향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전문학교 진학을 위해 도쿄에 왔다. 졸업 후 도쿄의 의류업체에 취직해 수년 동안 일한 그는 30세에 귀향을 결심했다.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파는 것은 어차피 전국을 시장으로 하는 것이니 도쿄(東京)가 아니어도 상관이 없었고 지방에서는 물류 창고를 확보하기 쉽다는 이점이 있었다. 장남이면서 부모님 곁을 떠나 있는 게 늘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대학 진학을 위해 고향인 야마가타(山形)를 떠나 도쿄에 온 D(31)씨는 지난해 7월 수년 동안 근무하던 수도권의 회사를 그만 두고 야마가타의 회사에 재취업했다. 조부모가 돌아가신 뒤 부모님 두 분만 생활하는 게 아무래도 불안했고 자신의 먼 장래를 위해서도 고향에서 일터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국립사회보장ㆍ인구문제연구소가 23일 발표한 인구 이동 조사(2006년 7월 기준)에서 진학이나 구직으로 고향을 떠났다가 되돌아오는 유턴족(귀향족)이 조사를 시작한 1991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전국 1만2,262세대의 거주 이력과 장래 거주 지역을 파악하기 위해 5년마다 실시하는 이 조사에서 태어난 지역을 일단 떠났다가 돌아와 살고 있는 남성은 34.1%로 2003년 조사 때보다 2.3%포인트 늘었다. 여성도 2.8%포인트 늘어난 30.2%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남성은 전후 베이비부머인 단카이(團塊)세대에 해당하는 55~59세가 이전보다 11.5%포인트 증가한 41.2%로 가장 많았다. 정년을 맞는 60~64세 인구도 9.5%포인트 늘어난 37.4%를 차지했다. 여성은 45~49세의 유턴 비율이 38.3%로 가장 많았다.
연구소는 유턴 인구 증가 이유를 "정년 퇴직자가 늘고 있는 데다 젊은 세대도 고향에서 취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카이 세대가 정년을 맞았기 때문에 유턴 인구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유턴 인구 증가에는 인구 요인 외에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유턴 정보센터' 등을 운영하며 근로자를 구하는 지역 기업과 유턴 희망자를 적극적으로 연계하는 것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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