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외국어고는 2008학년도 입시때 구술면접 문제로 곤혹을 치렀다. 규칙성을 발견하는 사고력 평가 문항이었지만, 고등학교 2ㆍ3학년 과정인 수학1 수열을 공부하지 않고는 풀 수 없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고교 교육과정 선행학습을 한 학생만 손을 댈 수 있었다. 학교측은 "외고에 지원할 정도의 학생이면 고교 선행학습은 당연하다고 판단해 문제를 낸 것"이라고 밝혔으나, 중학 과정 공부에 충실했던 학생과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 학교는 "중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하지 말아달라"는 교육과학기술부 권고를 어긴 것이 됐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관련 법령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중학교 2년생이 적용되는 2010학년도 외고 입시부터는 고교에서 배우는 내용의 문제를 출제했다가는 제재를 받게 된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24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통해 "외고 입시를 개선하기 위해 중학교 교육과정 수준 및 범위 내에서 구술면접 문항을 출제하도록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외고측이 중학교 수준을 벗어나 고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구술면접 문제로 출제할 경우 정부가 제재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부의 계속된 권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외고가 입시에서 중학 교육과정에는 없는 어려운 문제를 냄으로써 초등학교때부터 선행학습을 조장하거나, 사교육을 유발하는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교육계 의견을 수렴한 뒤 외고 입시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초중등교육법을 고쳐 2010학년도 입시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개정될 초중등교육법은 외고측이 중학 교육과정 이상 범위에서 문제를 낸 사실이 확인될 경우 최고 특수목적고 지정을 해지할 수 있도록 제재하는 방안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구술면접 유형이 지필고사 형태를 띨 경우에도 같은 제재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외고측은 교과부 방침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 외고 관계자는 "중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구술면접을 치르라는 얘긴데, 변별력 확보 차원에서 보면 바람직한 결정은 아니지만 제재를 피하려면 따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외고 구술면접 문항 중에는 중학교 교육과정과 고교 교육과정을 명확히 구분하기 힘든 문제가 적지 않다는 점을 들어 제재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한편 교과부는 향후 외고 등 특목고 지정 협의 과정에서 시도교육청에 학생선발방식 개선을 권장키로 했다.
김진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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