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라 곳간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나섰다. 당장에 경기부양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써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감세와 지출 확대에 따른 재정적자가 뒤따를 수밖에 없지만, 지금 대내외 경제 여건이 재정적자 문제를 우려해 정부가 뒷짐지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관건은 정부가 적자를 내면서까지 늘린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집행하느냐이다.
정부가 지난 2일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월스트리트발(發) 금융위기라는 대형 악재 변수를 전혀 감안하지 못했다. 경제성장률이 당초 정부의 전망(5%)에 미치기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다가 정부가 감세와 지출 확대를 병행하기로 한 이상, 재정수지 적자는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회의 논의를 거치겠지만 내년도 재정지출 확대의 규모는 5조~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내년 성장률은 3%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세수가 2조원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내년 예산안에서는 총수입과 총지출은 각각 올해보다 7.6%, 6.5% 늘려 295조원, 273조8,000억원으로 잡혔고, 재정수지(관리대상수지 기준)는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10조4,000억원으로 짜여져 있다. 어림 짐작으로도 재정적자는 당초 예산안의 약 2배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우리나라는 현재 국가채무가 GDP의 33%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6개국의 평균 70~75% 수준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확장적인 재정 정책을 쓸 여력은 있다는 것이다. 유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경기부양 효과가 높은 부문에 집중해 재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대신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 악화나 국가채무 증가도 우려되는 만큼 비효율적인 재정지출사업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소비성향을 높일 수 있는 저소득층에 소득지원을 해주든지, 고용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CO)사업에 예산을 투입하되 새로운 사업을 계획하기보다는 이미 확정된 사업을 조기 집행하면 효과를 빨리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지출 확대가 불가피하다지만,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한 경계를 마냥 늦출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재정적자는 일단 쌓이기 시작하면 개선은 쉽지 않다.
일본의 경우 버블붕괴 이후 1990년대 124조엔의 추가재정을 투입하는 지출확대와 감세정책을 병행한 결과, 재정적자는 2002년말 GDP의 8.8%까지 확대됐다. 지난해말 기준 재정적자는 GDP의 3.4%로 줄어드는 등 최근 개선됐다고는 하나, 국가채무는 여전히 GDP 대비 180.3%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경기 진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대규모 감세를 동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도 논란거리다. 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은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정부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지출확대와 감세) 두 가지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는 어려운 사람을 직접 겨냥하는 재정지출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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