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변기 부품업체 와토스코리아㈜가 만드는 주력 상품은 물 절약형 양변기 부품이다. 주력 상품이 이렇다 보니 이 회사는 물을 아끼는 데 1등을 추구한다. 하지만 고향과 소외된 이웃에 대한 나눔은 절대 아끼지 않는다. 한국일보가 '내 고장 사랑운동'의 일환으로 벌이는 '내 고장 에너지 빈곤가구 지원운동'에 와토스코리아가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참여한 것이다.
와토스코리아 송공석(54) 사장은 24일 인천 서구 원당동 공장에서 '내 고장 에너지 빈곤가구 지원운동' 가입식을 가졌다. 이날 가입식에서 이 회사 전 직원 95명이 한국일보와 신한은행 신한카드가 개설한 '내 고장 사랑예금'과 '내 고장 사랑카드'를 개설했다. 카드 사용액의 0.2%, 예금액의 0.15%가 적립돼 송 사장의 고향인 전남 고흥군의 에너지 빈곤가구 36가구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최근 전 세계 빈곤층은 전기 가스 수도 등 에너지에 대한 접근성이 계속 떨어져 인간적 삶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국제 유가는 급등하는 반면, 경제 위기로 소득은 바닥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에너지 빈곤층 문제가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면서 각국 정부는 가능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에너지 빈곤가구가 전체 가구의 8%인 120만 가구에 이르는 한국도 세계적 추세에 맞춰 국가에너지 기본계획를 만들고 2030년까지 에너지 빈곤가구를 없애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 투자로 에너지 빈곤가구가 없어질 때까지 뒷짐 지고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당장 이들을 돕지 않으면 이번 겨울은 어둠과 추위, 고통과 절망의 시기가 될 것이다. 한국일보의 '내 고장 에너지 빈곤가구 지원운동'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시작된 것이고, 송 사장은 이런 취지에 100% 공감해 동참했다.
송 사장의 결단은 그가 살아온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고흥군 대서면 상남리 남양마을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농민의 7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만 마치고 16세에 무작정 상경했다. 할 일, 못할 일 다해 가면서 돈을 조금 모은 그는 1973년 와토스코리아의 전신인 남영공업사를 설립, 위생용 제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양변기에서 대변과 소변 시 수량을 다르게 할 수 있는 절수기형 부품과 무소음 밸브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코스닥 상장회사로까지 성장했다. 송 사장은 2005년 고려대 경영학과에 합격해 만학의 꿈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쌓은 부와 성공에 취할 만도 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을 키워준 고향과 사회에 대한 고마움을 하나하나 갚아 나갔다. 일정 수익을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했고 영ㆍ호남을 가리지 않고 사회공헌 활동을 폈다.
특히 그는 2004년 12월 사재 2억 5,000여만원을 털어 고향에 독거 노인을 위한 복지관을 세웠다. 전남도나 고흥군 모두 운영비를 낼 형편이 못되자 매월 130만 원의 비용을 송 사장과 직원들이 '끝전모으기'(월급의 1,000원 이하 단위를 기부하는 것)와 개인기부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 또 7년 전부터 자신이 졸업한 대서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을 매년 한 번 비행기에 태워 서울 구경을 시켜주고 있다.
송 사장은 "고향에 대한 연민으로 항상 배고팠다"며 "내 고장 사랑운동 기사를 보고 내가 함께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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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일 서울종합철강 회장, 내년엔 장학재단 설립
지난달 25일 충남 청양군 목면사무소 면장실. 칠순의 노신사가 올해 출산한 지역주민 5명에게 축하금 봉투를 전달했다.
전달자는 서울에서 연 매출액 700억원 규모의 철근유통업체를 운영하는 서울종합철강㈜ 윤종일(70) 회장. 윤 회장은 인구 1,700명에 불과한 목면에서 한해 신생아가 5명뿐이라는 최화용(52) 면장의 말을 듣고"경사를 맞은 고향 분들에게 개인적으로라도 축하금을 지급해 인구 증가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일부러 면사무소를 찾은 것이다.
윤 회장은 50년 전 돈을 벌겠다며 무작정 고향을 떠난 뒤 철근유통업으로 성공하면서 고향을 위해 헌신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처음 생각한 것이 지역주민 화합을 위한 면민체육대회. 1970년 현재금액으로 수억원으로 평가되는 돈 1,000만원을 면사무소에 체육기금으로 기탁해 첫 면민체육대회를 열었다. 면민체육대회는 지금까지 주민 화합의 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음 해에는 등잔불로 어둠을 밝히던 고향마을 120가구(현재는 60가구)에 전기를 설치해주기도 했다. 주민들이 가구별 부담금 때문에 전기공사를 머뭇거리자 그가 이를 모두 부담한 것이다.
주민 윤종신(75)씨는"윤 회장 덕분에 우리 마을은 다른 곳 보다 15년 일찍 전기혜택을 봤다"며"당시 쌀 600가마 값의 거액을 지원한 윤 회장의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심 없이 고향을 돕던 그에게도 "외지에 나가 돈 좀 벌더니 행세를 하려고 한다"는 오해가 없지 않았다. 일부의 그릇된 시선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그는 한동안 고향을 애써 외면했지만 끝까지 무심할 수는 없었다.
올 6월 면장으로부터 면민체육대회 초청장을 받고 방문한 그는 고향 주민들의 흥겹게 어울리는 모습을 본 후 다시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을 다잡았다. 곧바로 체육대회 운영비를 지원하고 8월에는 체육기금으로 1억원을 또 기탁했다. 그의 모교인 목면초등학교 학생들이 겨울에 운동을 못한다는 말을 듣자 강당에 온풍기를 설치해줬다. 지역을 위해 고생하는 면직원과 14개 마을 이장에게 선물도 돌렸다.
최 면장은"지역 애로사항을 들으면 바로 해결을 해주기 때문에 윤 회장 앞에서는 무슨 말을 잘 못하겠다"며 불평 아닌 불평을 했다.
내년에는 청양군내 학생들을 위한 10억원 규모의 장학재단도 출범시킬 계획이다. 갈수록 피폐해지고 인구가 줄고 있는 고향을 살리기 위해서는 인재양성이 시급하다는 생각에서다. 장학재단 명칭은 그의 호를 따서'인당장학재단'이라고 정했고 출연금은 골프회원권과 주식 등을 팔아 은행에 예치해 놓았다.
청양=허택회 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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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남현희씨
"서울이라고 다 똑 같은 서울은 아니더군요."
2008 베이징올림픽 펜싱 여자 플뢰레 은메달리스트 남현희(27ㆍ서울시청)는 '내 고장 사랑운동'에 대한 얘기를 듣고 서울 강남의 무허가 극빈촌 구룡마을을 떠올렸다. 베이징올림픽 후 찾은 구룡마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처참해 '내 고장 사랑운동'이 지방이나 시골만이 아닌 서울의 어두운 곳에서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가 구룡마을을 찾은 것은 그 곳에 사는 유소년 축구 유망주 한성찬(11)군을 정기적으로 후원하기 위해서였다. 메달을 딴 후 남현희는 "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돌려주고 싶다"고 지인들에 부탁, 한 군을 소개 받은 것이다.
그러나 한 군에게 따뜻한 식사를 직접 마련해주고자 구룡마을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 남현희는 "서울에 이런 데가 있나 싶었습니다. 집들은 거의 무너져 가고 재래식 공동화장실이 집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 비가 오기라도 하면 큰일이 날 것 같았어요"라고 안타까워했다. 그가 '내 고장 사랑운동'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약속한 배경에는 구룡마을의 충격이 있었던 것이다.
남현희는 서울 사랑을 외친다. 서울 태생이기도 하지만, 펜싱이 비인기 종목인데도 성북구정과 서울시 꾸준히 지원해줘 그에게 서울은 키다리아저씨나 다름없다. 그도 그 고마움에 답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성북구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며 베이징올림픽 때 사용했던 펜싱검도 흔쾌히 성북구에 기증했다. 남현희는 현재 서울시청 소속이지만 2004년 1월부터 2년 동안 성북구청 소속으로 활약,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내 고장 사랑카드는 남현희의 두 번째 신용카드다. 남현희는 "서울은 지금의 나를 길러준 고향이자 은인이다. 평소 현금보다는 카드를 주로 쓰는데 이게 서울의 어려운 이웃에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미현기자 mhoh25@hk.co.kr
사진=박서강 기자 pindropp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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