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으로 시작하는 3분기 성장률 성적표는 여러모로 심상치 않다. 추세나 속도로 볼 때, 우리 경제가 금융불안의 수준을 넘어, 침체의 긴 터널에 이제 막 들어섰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국내 경기침체는 전세계적인 침체와 함께 상당기간 길고 추운 겨울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믿었던 수출마저 꺾여
경기 하강의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우선 전년 동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분기 5.8%에서 2분기 4.8%, 3분기 3.9%로 분기마다 무려 1%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다. 경기의 흐름을 반영하는 전기 대비 GDP 성장률 역시 지난해 2분기(1.7%) 정점을 찍은 뒤 1.5%(지난해 3분기), 1.6%(지난해 4분기), 0.8%(올 1ㆍ2분기), 0.6%(올 3분기) 등으로 빠르게 하강하고 있다. 한은은 당초 상반기 대비 하반기 성장률이 0.8%에 이를 것으로 봤으나 현실은 이미 이보다 낮아진 상태다.
문제는 수출이다. GDP중 재화수출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반도체, 컴퓨터 등이 부진을 면치못하면서 2분기보다 되려 1.8% 줄었다. 올들어 그나마 '수출 호조'가 우리 경제의 유일한 위안이었으나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이마저도 어려운 지경에 빠지고 있다. 경기악화 현상이 선진국은 물론이고 우리의 주력 수출대상인 신흥국까지 확산되면서 본격 타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무역손실 등을 감안한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실질 국내총소득(GDI) 성장률)은 2분기보다 3% 줄어들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만의 최저치로 GDI가 악화되면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소득이 줄어들고 이는 소비감소로 이어져 또다시 성장에 부담을 준다. 악순환의 연속인 셈이다.
"훨씬 더 내려갈 듯"
시장에서는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는 좋게 나왔다고 평가한다. 시장의 공감대는 당초 3.7% 가량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성장률은 훨씬 더 내려갈 공산이 크다. 이미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내년 성장률을 2~3%대로 예상하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23일 국정감사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이 4%는 어렵겠지만 3%대는 될 것"이라며 본격적인 경기하강 국면에 진입했음을 밝혔다.
현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은 올 4분기~내년 상반기가 경기의 저점이 될 것이라는 것. 하지만 저성장세가 얼마나 길게, 또 깊어질 지는 위기의 원인이 된 세계경제의 동향에 달렸다. JP모건 임지원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상반기 저점 예상은 세계 경기침체의 원인인 글로벌 금융경색이 올해 말 께에 진정된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금융위기가 자칫 길어지면 훨씬 더 심각한 사태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도 "국내 성장률은 세계 경제가 좌우할 것"이라며 "그나마 고성장세로 버팀목 역할을 하는 중국 등 신흥국가들마저 침체를 겪는다면 충격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로서는 은행까지 부실화되는 '금융위기' 사태를 막아야 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며 "성장률 하한을 3%대로만 막는다면 선방"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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