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추락이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84.88포인트 급락한 1,049.71로 장을 마감했다. 이제 1,000선 붕괴는 시간 문제라는 전망마저 쏟아진다. 3년 4개월여 만에 주가 세 자릿수 시대가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수급 악화가 가장 큰 문제다. 주식을 사려는 주체가 없다는 말이다. 외국인들의 '팔자'공세는 헤지펀드의 환매 가능성과 맞물려 최근 더욱 가속도가 붙고 있다.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내며 수급 균형을 맞췄던 투신사들도 펀드 환매를 대비해 '팔자'에 가담하고 있다. 투신은 이날 2,560억원을 순매도(매도에서 매수를 뺀 것)하는 등 사흘 동안 5,500억원 넘게 팔았다. 그나마 기금들이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추락하는 주가를 지탱하기엔 역부족이다.
주가연계증권(ELS)도 복병이다. ELS는 주가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원금이 보장되지만, 그 이하로 떨어지면 원금 보장 의무가 사라진다. 증권사들은 요즘처럼 낙폭이 커질 경우 보유 주식을 팔아치울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ELS 관련 매도 물량이 3,000억~7,000억원 어치 남아있어 시장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측했다.
투자 심리도 최악이다. 지금과 같은 급락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다음에는 또 뭐가 없을까'라는 심리로 악재를 계속 찾아 다니면서 불안 심리가 눈덩이 불어나듯 커지기 십상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투자 심리를 안정시켜 악재에 반응하는 속도나 그 정도를 줄이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1,000선도 무너지나
일단 1,000선에서 배수진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약간 우세하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1,000선은 우리 증시가 구조적으로 한 단계 진전했다는 것을 반영하는 의미 있는 지수"라며 "만약 이것이 무너진다면 1997년 외환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1,000선을 지지하기 위한 강력한 저지선이 쳐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다른 악재들이 줄을 서 있어 주가가 세 자릿수로 내려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가장 심각한 악재로 은행들의 예금 대출 비율(예대율)을 꼽았다. 그는 "외국인들이 한국의 금융 상황이 나쁘다는 근거로 예대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들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구조조정을 통해 대출을 줄이거나 펀드로 들어간 돈을 다시 예금으로 끌어와야 하는데, 이 역시 금리를 올려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도 우려되는 악재의 하나. 김 연구원은 "중국이 2000년대 초 IT 버블로 생긴 거품을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해결하면서 7~8% 성장률에 머물렀는데,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내년도 중국 성장률을 당초 9%에서 8%로 낮추고 있다"며 "만약 또 한 번 공급 과잉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조정이 뒤따르면 그 충격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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