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때로 사람들을 몹시 불편하게 한다. 사람들은 그래서 진실보다 허구쪽을 택한다. 지금, 현실보다 가상의 문화가 더욱 친숙해진 우리 일상은 진실로부터 격리돼 있을지 모른다.
<정당한 분노> (가야북스 발행)는 불편한 책이다. 1989년 천안문 앞 대로. 인적이 아예 끊긴 대로에 중무장한 탱크들 앞에서 한 청년이 꼿꼿이 서 있다. 책에는 또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피폭돼 머리가 엄청나게 부푼 아이가 있는가 하면, 1972년 방글라데시에서 지구상의 마지막 천연두 감염아가 온몸이 얽은 채 어머니의 팔에 안겨 우는 사진이 있다. 정당한>
분노와 절망의 언어는 고요할 때, 가장 처절하다. 매그넘의 영상들 앞에서 독자들은 더러 감정이입이라는 낡은 단어를 기억해낼지도 모른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지오 등과 함께 세계 3대 포토 에이전시로 꼽히는 매그넘은 1947년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진보적이고 도덕적인 보편성의 도상 기호를 제공함"을 본연의 소임으로 밝혔다.
그동안 음으로 양으로 배포됐던 매그넘의 사진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이 책은 공식적으로 저작권을 지불한 증거를 똑똑히 남기고 있다. 사진마다 명기된 저작권 기호 ⓒ가 그것을 증명한다.
<정당한 분노> 는 문화평론가 조병준(48)씨가 10여만 장의 매그넘 사진 중 정선한 31장의 사진으로 골격이 이뤄졌다. 조씨는 "탱크와 미사일 앞을 맨살로 막아선 살과 피의 기억이 역사"라며 "그 속에서 우리는 시공을 초월해 하나로 연대할 수 있다"고 서문 '분노의 눈으로 쳐다보라!'에서 말하고 있다. 영상을 고르는 데만 2년이 걸렸다. 정당한>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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