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1000 밑으로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1,400을 넘으면서 금융시장에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본인들의 필요에 따라 경제상황이 위기라느니 아니라느니 한 정책담당자들은 이미 신뢰를 잃었고, 국민들 사이에는 이러다가 'IMF 사태'를 또 당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채무상환 문제없는데도 동요
하지만,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심리적 동요에도 불구하고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들은 경제위기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위기가 일어나기 1년 전인 1996년 당시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이자보상비율은 1.07에 불과했으나, 2007년에는 4.05까지 올라가 웬만한 충격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2006년 '가계자산조사'에 따르면 금융부채가 소득의 3배 이상 되는 가구는 전체의 5%에 불과하다.
설령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다고 해도 원화 부채가 외화 부채 상환 불능 문제로 연결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1997년 당시 외환보유액은 단기외채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 금융기관이 외채 연장을 거부하자 우리나라는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반해 현재의 외환보유액은 단기외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므로 외채를 못 갚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단기외채 중 58%가 외국은행 본점과 지점 간의 거래라서 우리나라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이처럼 채무상환능력에 별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상승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부동산 및 파생상품에서 큰 손실을 본 외국 금융기관이 손실을 보전하고 자산-자본비율(leverage)을 낮추기 위해 우리나라 주식과 채권을 매각한 후 자국으로 송금하고 있다. 둘째, 세계 실물경제가 불황에 빠지면서 수출 부진이 가시화하고 있다. 셋째, 전 세계적으로 금융기관들이 서로 믿지 못하고 대출을 꺼림에 따라 외화유동성이 부족한 국내은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외국인투자자가 순매도한 주식의 가치가 무려 35조원을 넘지만, 아직도 외국인투자자는 140조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본국 송금 수요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주가 하락과 환율 상승이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주요 수출기업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고 연율로 환산한 3분기 GDP 성장률이 0.6%로 급락했기 때문에 외국인투자자를 붙들어 두기는 더욱 어렵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필요한 정책은 세 가지다. 첫째, 주가나 환율 같은 가격을 통제하려 하지 말고 외화유동성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처럼 외국인투자자가 주식을 팔아 본국으로 송금할 유인이 강한 상태에서 주가를 높이고 환율을 낮추려는 것은 국민 돈으로 외국인투자자에게 전별금을 지급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그리고, 정부의 외채 지급보증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이 외채 연장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국내 은행의 외채 상환용으로 외화유동성을 공급하되 벌칙금리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
유동성 관리ㆍ수출 진흥 주력을
둘째, 금융불안 해소를 위한 비상조치를 취하더라도 과실에 대한 책임은 묻고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외화유동성 관리에 실패한 은행과 감독당국에 대해서는 책임을 추궁해야 하고, 금산분리 완화처럼 금융 건전성을 악화시킬 조치는 철회되어야 한다.
셋째, 수출 수요의 부진을 상쇄하기 위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동원되어야 한다. 사회통합을 유지해야 하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일부 부유층에게 대부분의 혜택이 귀속되는 감세정책보다는 생산적인 재정 투자와 사회안전망 강화가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임원혁 KDI 연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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