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가 이성을 압도하는 형국이다. 특히 국내 증시의 투자 심리는 이미 공황 상태에 접어든 듯하다. L자형(경기가 저점을 지나도 쉽게 반등하지 않고 옆으로 횡보)이냐 U자형(경기가 저점을 지나면서 완만하게 회복)이냐가 문제일 뿐, 본격적인 경기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10년 전의 외환위기 경험이 공포감을 더하는 측면도 분명 있다.
그렇더라도 최근의 증시 폭락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춰 보면 과도한 게 사실이다. 외환보유액, 기업의 재무구조, 시중은행 연체율 등 객관적 수치들은 상대적으로 양호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 위기의 근원이 선진국에 있다는 점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서유럽을 거쳐 신흥시장을 강타하고 있고, 전 세계 실물경제에 본격 전이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우리 경제는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훨씬 높아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때문에 현재로선 정부의 선제적인 정책 대응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관건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9월 15일 리먼 부도 사태 이후 뒷북 대응과 부처간 혼선으로 시장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치솟는데도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시장의 불안감만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금주에 다시 한번 시험대에 놓인다.
한은이 27일 긴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금리인하와 은행채 매입 방안 등을 논의하며, 정부는 별도로 고강도 경기부양 및 증시안정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금주 초로 예상되는 정부 대책에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대폭 늘리는 등의 내수시장 확충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은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발표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8, 29일 이틀간 FOMC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신용경색 완화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0.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하지만 30일 발표되는 3분기 GDP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시장을 또 한번 출렁이게 만들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에선 주요 금융지주회사의 3분기 실적발표와 한은의 9월 중 국제수지 동향 발표가 예정돼 있다.
고재학 경제부 차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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