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김연아를 '피겨 여왕'이라고 불렀지만 세계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고 봐도 좋다. 여름내내 갈고닦은 예술성과 점프가 돋보였다."
김연아(18)가 우승한 2008~2009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1차대회에서 심판으로 활동한 이지희 대한빙상경기연맹 심판이사는 27일 "김연아가 동갑내기 맞수 아사다 마오(일본)와 함께 세계 정상이다"고 단언했다. 이지희 이사는 "여름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인 김연가 이제는 세계 톱 선수로 발돋움했다"고 칭찬했다.
김연아는 27일 여자부 개인전 자유종목(free skating)에서 123.95점을 얻어 합계 193.45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자신의 최고점(197.20점)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2위에 오른 일본의 나가노 유카리(172.53점)보다 무려 20점 이상 앞섰다. 2007세계선수권자인 안도 미키(일본)는 168.42점으로 3위에 그쳤다.
심판의 눈에 비친 김연아는 예술성에서 단연 세계 최고였다. 김연아는 프로그램 구성점수 안무 해석(interpretation) 항목에서 역대 최고점인 7.50점을 받았다.
이지희 이사는 "김연아의 연기를 보면서 이제는 세계 최고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스케이팅과 함께 안무에서 성숙미가 물씬 풍겼고 깊이까지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김연아가 표현력만큼은 아사다를 넘어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김연아는 스스로 "지난 시즌과 특별히 다를 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빠르고 힘찬 점프와 정교해진 스텝이 눈에 띄었다. 방상아 SBS 해설위원은 "김연아 선수의 점프가 교과서, 정석이라는 평라를 받았는데 올 겨울에 더욱 빠르고 정확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 초반 루프 점프를 3회전이 아닌 1회전에 그친 건 옥에 티. 그러나 김연아가 점수 발표를 듣고 깜짝 놀랄 정도로 빼어난 연기를 펼쳤다.
아사다는 여자 선수로는 드물게 트리플악셀(공중 3.5회전)을 구사한다. 그동안은 실수가 없다면 아사다가 김연아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예술성으로 무장한 김연아가 새로 마련한 프로그램에는 가산점을 받을 요소가 많다. 그래선지 이지희 이사는 앞으로는 김연아와 아사다가 박빙의 승부를 펼칠 걸로 예상했다.
명실상부한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갖춘 김연아는 다음달 6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3차대회에 출전한다. 아사다는 다음달 14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4차대회에 나선다.
■ '여왕 자리' 지키려면/ 루프 점프 실수·부상 조심해야
김연아는 2008~2009시즌 개막전인 그랑프리 1차대회에서 우승한 뒤 "오늘 우승한 기분을 이번 시즌 끝까지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2007년과 2008년 연속 3위에 그쳤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힌 셈이다.
그동안 "마오가 나보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말해왔던 김연아가 간접표현이지만 아사다를 넘어서겠다고 다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연아가 2008세계선수권자인 아사다 마오(일본)를 넘어서려면 후진하다가 공중 3회전하는 트리플루프 점프에서 실수를 줄여야 한다. 김연아는 그랑프리 1차대회에서도 루프 점프를 하다가 실수했다.
김연아는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루프 점프가 불안했다. 당시 고관절 통증이 실수의 원인이었다면 지금은 루프 점프에 대한 부담감이 문제다.
일본 언론은 김연아를 아사다의 맞수로 칭찬하면서 '부상을 이기는 것도 실력이다'고 평가한다. 김연아가 2007년 세계선수권에선 허리 부상으로, 2008년 세계선수권에선 고관절 통증에 시달렸다는 점을 지적했다.
2007세계선수권자인 안도 미키(일본)와 함께 유독 부상이 잦은 김연아는 몸 관리라는 점에서 실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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