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기준금리 인하)이 공포(글로벌 경기침체)에 밀렸지만 방어력만큼은 돋보였다. 증시의 구원자는 따로 있었다. 시장이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한, 당분간 의미 있는 반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하다.
27일 코스피지수(946.45)는 7.7포인트(0.82%) 올랐다. 미미한 수준이지만 5거래일만의 반등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밀고밀리는 공방전이었다.
이날 하락으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예상(0.5%포인트)을 뛰어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0.75%포인트) 소식에 20포인트 가까이 반등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약효는 1시간에 그쳤다. 낮12시 급락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효과 일시 정지)가 발동되자 40포인트 넘게 빠지며 9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연기금이 5,000억원 남짓을 사들이면서 낙폭을 줄인 뒤에야 지수는 다시 소폭반등에 성공했다.
시장은 이날의 최대 재료인 파격적인 금리 인하 조치를 외면한 걸까. 반반이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글로벌 전반의 위기라 은행채 매입 등 어떤 정책이 나와도 잘 먹히지 않는 게 최근 시장”이라며 “특히 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늘 한 타이밍 늦고 강도도 조금 약하다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의 금리 인하가 예상을 뛰어넘긴 했지만 최근 두 차례 합쳐봐야 1%포인트(9일 0.25%포인트+27일 0.75%포인트)라 다른 나라 평균을 이제야 따라가는 수준이라는 평이다.
공격력은 떨어졌지만 방어력은 발휘했다는 지적도 있다. 버블경기 붕괴 후 최저로 추락한 일본 닛케이지수(-6.38%) 등 이날 아시아 주요 증시는 6%이상 폭락했다. 만약 금리 인하라는 재료마저 없었다면 우리 증시도 급락을 면치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주변 증시뿐 아니라 지난 주말 하한가로 떨어진 선물의 위력때문이라도 급락을 했을 텐데, 금리 인하 덕에 그나마 선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리인하가 즉효약이 되기엔 대외 환경이 녹록치 않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먼저 최고 관심사인 환율 및 신용디폴트스와프(CDS)의 안정부터 이뤄져야 증시도 안정의 기초를 놓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개인의 투매도 불안하다. 코스피와 달리 이날 코스닥지수(261.19)는 15.49포인트(5.60%) 빠지며 사상 최저기록을 또 깼다. 김영각 현대증권 연구원은 “연기금과 기관이 사들이는 대형종목과 달리 개인이 보유한 소형종목은 이날 하한가가 속출했다”며 “반대매매(강제환매), 깡통계좌(담보부족 계좌) 때문에 털리고 있는 개인들의 상황은 최악”이라고 진단했다.
금리 인하의 효과는 미국 유럽 신흥시장 등 글로벌 환경의 안정과 막힌 국내 시중자금의 흐름이 뚫린 뒤에야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호재”라는 얘기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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