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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미디어비평] 버라이어티 더 '버라이어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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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미디어비평] 버라이어티 더 '버라이어티하게'

입력
2008.10.23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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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텔레비전 수상기 앞에서 혼자 키득키득대며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일상에 지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가,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만나고 싶고 친하고도 싶은 유명 연예인들의 연기, 말투, 행동, 어이없는 대화에 빠져들면서 혼자 웃고 있다니.

'무한도전' '1박 2일' '패밀리가 떴다' 등 프로그램의 인기가 엄청나다. 이 프로그램들은 '우리 결혼했어요' 류의 리얼리티 쇼의 인기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관심이 예전같지는 않지만 '개그 콘서트' 같은 개그 프로그램의 인기 역시 계속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재미있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웃긴다는 것이다.

동시에 매스 미디어가 내용의 평준화에 등을 돌리고 보다 심화되고 있는 개별화된 시청 행태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프로그램들은 세대간의 차이를 넘나들며 재미를 준다. 식구들이 한데 모여서 시청하다 한바탕 웃을라치면 어른들도 애처럼 되어 순간적으로 집합적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웃음은 텔레비전에 있어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다. 주말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TV 보면서 웃다 지칠 정도다. 중간에 한두 시간 재방송하는 드라마의 스토리에 감동을 받으며 잠시 쉬어가다가 저녁 시간은 이리저리 채널 돌려가면서 계속 낄낄댄다.

잠깐 동안이라도 날 웃기지 못하면 '왜 저렇게 지겹지' 하면서 다른 채널로 바로 돌아가는 것이다. 노래 못해도, 연기 잘 못해도 TV 버라이어티쇼에 나와서 말 잘하고 잘만 웃기면 시쳇말로 '뜨게' 된다. 텔레비전은 잘 웃기고 방송용으로 말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다. 좀 상스럽다고 여겨지면 어떤가.

뉴스나 보도 프로그램이 정보를 전파하고 지식을 알리는 것이라면 버라이어티 쇼는 재미와 웃음을 제공하는 것이다. 안 그래도 우울한 세상, 텔레비전이 웃음을 선사한다면 그것으로 큰 미덕이다. 오락 프로그램이 내용도 없고 질도 낮다고 비난하지만 텔레비전이 수준 높은 층만 대상으로 방송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다시 말해서 머리로도 받아들이고 몸으로도 느끼는 것이 방송이다. KBS1의 '골든벨'과 이를 패러디해서 만든 프로그램인 KBS2의 '스타 골든벨'이 대표적인 경우다. 어떤 프로그램이 더 유익하냐의 문제는 아니다. 두 종류 다 텔레비전이 해야 할 역할이다.

이제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시청자 만족 이전에 방송사들 간에 서로 비교 대상이 되면서 자기 만족의 수준에서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방송사들끼리, 서로를 쳐다보며 따라하거나 그 영역 내에서 일하는 연예인들이 자기들끼리 돌아가면서 출연하는 획일적 형식주의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오락의 내용도 텔레비전 외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영역을 TV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리얼리티와 버라이어티 쇼가 결합된 형식을 지닌 프로그램의 수명이 어느 정도 더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의 상한가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사실 우리만 이해하고 우리만 웃는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은 소위 국내용이다. 사회문화적 배경의 차이로 외국 사람들이 봤을 때 프로그램의 특성이나 출연자의 대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힘들다.

문화적 할인이 높다는 말이다. 안 그래도 아시아 지역에서 한류도 점점 식어간다는데, 드라마뿐 아니라 버라이어티 쇼도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 다양한 영역을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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