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동네북이 된 금융 CEO들/ 임금은 깎이고… 보너스도 반납… 잦은 출석명령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동네북이 된 금융 CEO들/ 임금은 깎이고… 보너스도 반납… 잦은 출석명령

입력
2008.10.23 02:48
0 0

전세계 금융사 CEO들이 혹독한 빙하기를 겪고 있다. 부러움과 찬사의 대상이던 시절이 언제였냐는듯, 요즘은 온갖 비난과 분노의 대상이 돼 버렸다. 보너스는커녕 약속 받은 연봉도 깎이고, 분초를 다투는 위기를 막기도 바쁜 와중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혼쭐이 나는 건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현상이다.

임금 삭감, 반납 잇따라

얼마전 한차례 광풍이 휩쓸고 간 미국에 이어 최근에는 유럽 금융사 CEO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스위스 최대은행 UBS의 페터 쿠러 회장은 지난주 "UBS가 금융위기 손실에서 회복될 때까지 보너스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봉이 약 200만스위스프랑(약 26억원)인 그가 포기한 보너스 규모는 정확하지 않지만 2006년 2,660만프랑을 봉급으로 챙겼던 마르셀 오스펠 전 UBS 회장이 보너스를 포기한 지난해 257만프랑을 받았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를 포기한 셈이다. 오스펠 전 회장은 이미 받은 보너스도 반납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으며 현재 스위스에서는 대형 은행 고위간부의 고액 연봉과 보너스를 제한하는 국민투표 청원안을 놓고 서명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앞서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요제프 애커만 회장도 "나보다 돈이 더 필요한 직원들을 위해 올해 보너스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다른 이사 3명도 보너스 반납을 선언했는데 이들 4명의 지난해 연봉 합계는 3,300만유로(약 560억원)이며 이중 보너스는 430만유로였다.

구제금융을 투입한 각국 정부의 압박도 거세다. 독일은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은행의 경영자 연봉을 50만유로(약 8억5,000만원)로 제한하고 보너스와 배당금 지급도 공적자금 상환 때까지 금지하기로 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금융계가 실패한 최고 경영진의 보수와 보상을 제한하지 않으면 내년에 입법조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통적으로 금융계의 입장에 섰던 영국 보수당도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기관 임직원에 대한 보수와 보너스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도 얼마전 구제금융을 받은 AIG가 CEO의 각종 보수가 적절한지 관련 정보를 검찰에 제공키로 했으며 퇴직 예정인 스티븐 벤싱어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한 1,000만달러의 보상금도 지급을 보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바람이 시작됐다. 22일 시중은행장들은 10~20% 수준의 연봉 자진 삭감을 결의했다. 국내 은행장들의 연봉은 대략 수억원대. 최근 3년간 경영성과에 따라 61만 주의 스톡옵션을 받은 강정원 국민은행장처럼 경우에 따라서는 수십억∼수백억원 대의 스톡옵션, 성과보수 등을 받는 사람도 있다.

여론 악화에 동네북 신세

지난달 파산 신청을 한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CEO 리처드 풀드는 이달 초 외회 청문회에 불려가 혼쭐이 났다. "당신 회사는 망했고 경제는 위기 상태지만 당신은 2000년 이후 급료 등으로 4억8,000만달러를 챙겼다. 이것이 온당하냐"(민주당 헨리 왁스먼 위원장), "월가 최고경영자들이 도둑질을 했다"(공화당 마이클 터너 의원)는 등 하원 감독정부개혁위원회 의원들은 풀드를 상대로 월가 경영진에게 분풀이하듯 모욕적인 질타를 쏟아냈다. 하지만 폴드는 겨우 "리먼 파산은 금융 전반에 몰아닥친 공포의 폭풍우 때문"이라고 항변할 수 밖에 없었다.

국내 금융 CEO들도 연일 호출 대상이 되고 있다. 16일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열린 국정감사장에는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과 김중회 KB금융지주 사장, 이정철 우리CS자산운용 사장, 김영주 리먼브러더스 서울 지사장 등 CEO들이 대거 증인으로 출석했다. 운용하던 파생상품 원금손실이나 사장에 추천된 경위 등이 출석 이유였지만 정작 질의는 거의 없었다. 특히 이날은 주가가 130포인트 빠지고 환율이 100원 이상 오르며 시장이 요동쳤지만 CEO들은 국감장을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정무위는 17일 금융감독원 국감에도 '키코(KIKO)' 판매 관련 증인으로 김정태 하나은행장, 신상훈 신한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데이비드 에드워즈 SC제일은행장,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 등 은행장 5명을 증인으로 불렀으나 마침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참석을 핑계로 대부분이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