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1위의 플래시메모리카드 제조업체로 다수의 기술특허를 보유한 미국의 샌디스크를 인수하기 위한 제의를 전격 철회했다.
삼성전자는 22일 엘리 하라리 샌디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서한을 보내 인수 제안 철회를 통보했다. 삼성전자 측은 서한에서 "6개월 간 우호적 합병을 위해 노력했으나 샌디스크의 거부로 협상에 진전이 없어 인수 제안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인수 중단 원인은 인수 가격에 대한 입장 차이와 샌디스크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5월 샌디스크와 1차 만남을 가졌으며, 지난달 17일 샌디스크 지분 100%(2억2,500만주)를 주당 26달러씩 총 58억5,000만달러에 인수하겠다고 공개 제안했다.
그러나 샌디스크 측은 "내재가치가 반영되지 않은 가격"이라며 거절했다. 샌디스크 측이 희망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주당 34~36달러 가치가 있는 업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샌디스크의 21일 종가(14달러)에 비하면 인수 제안 가격은 두 배 가까운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올해 3분기 3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샌디스크의 대규모 적자와 일본 도시바와의 제휴도 걸림돌이 됐다. 샌디스크는 도시바와 일본 미에현에 공동 운영 중인 공장 지분 15%를 삼성의 경쟁사인 도시바에 넘겨 삼성전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급등한 원ㆍ달러 환율도 부담 요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샌디스크의 실적은 4분기에도 개선 전망이 없다"며 "날로 어려워지는 국제 경제, 샌디스크와 도시바의 제휴 등 사업의 불확실성이 샌디스크의 기업 가치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번 결정을 인수 포기가 아닌 '인수 제안 철회'라고 강조하고 있어 재협상의 여지를 남겨뒀다. 업계 관계자는 "샌디스크의 주가가 계속 하락하는 만큼 샌디스크를 압박하기 위해 삼성이 인수 제안을 철회한 것으로 본다"며 "가격 조건이 맞으면 충분히 재협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