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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농지개혁, 지금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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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농지개혁, 지금이 기회다

입력
2008.10.23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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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보라고 검지를 꼿꼿이 펴 가리켜도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 끝만 살피더라"는 옛말이 쌀 직불금 횡령사태를 둘러싸고 하는 말 같다. 대한민국 헌법은 엄연히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명시하고 소작을 금지하고 있는데, 시나브로 전국의 농경지들이 불법 또는 편법으로 농사짓지 않는 사람들의 수중으로 넘어가 재산 증식과 투기대상으로 전락한 데서 사태가 발단되었는데도 공직자들의 직불금 불법수령 문제만 가지고 시끌버끌 하고 있다.

근본을 봐야 할 쌀 직불금문제

2005년에 실시된 지금의 쌀소득 보전 직접지불제는 국제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가 인정하는 논 농업의 다원적 공익가치에 대해 실경작자에게 직접 보상하는 고정직불제(2002년 실시)가 골격으로,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을 보상하는 변동직불제가 2005년에 보강되어 본격 시행되어 왔다.

나라마다 직접지불 품목이 다르지만 선진국들이 앞장서 제도를 채택함으로써 이 제도는 WTO체제 하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정착되었고, 우리나라 역시 뒤늦게나마 동참한 것이다. 제도 자체는 시장경제원칙이나 국제규범에 비추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면 무엇이 왜 이번 사태를 불러 왔는가. 무엇보다 절제되지 않은 가진 자들의 탐욕이다. 그리고 고삐 풀린 농지제도의 문란이다. 천민자본주의 이론으로 포장한 무제한한 사유권 행사가 공급이 유한하고 수요가 다중 국민들의 공익ㆍ공공성과 직결된 농지에까지 무분별하게 적용되면서 농지가 특수층의 재산 증식과 투기대상이 된 것이다.

지금 대도시 인근의 농경지 중 60~80%가 비농민들의 소유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거짓 여론을 조성하여 규제를 풀고 떼돈을 버는 시나리오를 반복해 왔다. 농가의 정의도 편의대로 완화했고 통작(通作)거리 제한도 풀었다. 농업진흥지역의 절대농지를 전용할 때의 조건은 아예 제거했다. 서울에 살아도 농촌 마을 이장으로부터 실경작자라는 도장만 받으면 주거지에서 직불금을 신청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소작농민들을 회유 또는 강제하여 자기가 계속 8년간만 직불금을 수령하면 '아 그놈의 양도세'도 감면된다. 꿩 먹고 알 먹는 비농민 위주의 농지소유 및 관리제도는 소유자들의 편의와 이익을 도모하는 방편으로 계속 완화되어 왔다. 정부와 지자체와 대기업들이 앞장서 절대농지와 그린벨트의 규제를 풀어주고 있다.

전국토의 환경생태계가 오염으로 뒤덮이건 말건, 국제 식량위기가 몰아닥쳐 식량 자급률이 27%선마저 유지하기 힘들건 말건 권력층과 부유층의 땅 놀음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농지를 사두지 않은 사람이 바보다 싶을 정도로 농지소유 및 관리제도는 형해화(形骸化)하고 말았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처럼 땅투기가 노골화한 나라가 어디 있는가. 대한민국 역사상 이처럼 농지제도가 문란한 적이 언제였던가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문제가 곪아터진 지금이 중요

그러니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행안부의 컴퓨터 파일을 열어 전국의 농지보유 실태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일이다. 이래서는 아니되겠다는 공론을 토대로 유럽연합(EU) 등 선진국형 농지제도를 재확립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번 사태의 직접 원인인 직불금 부당 수령자의 명단을 공개하고, 불법 관행의 원인을 전면 국정조사해야 한다.

토지 공급은 유한한데 공직자 부유층 투기꾼들이 농지를 과점했을 때 국민에게 닥쳐올 재난과 위기와 고통을 가늠해 본다면 오히려 문제가 곪아터진 지금이 바로 이명박 정부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전면적으로 농지제도를 개혁해 낼 절호의 찬스가 아닌가 싶다.

김성훈 상지대 총장 · 전 농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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