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1.5군' 배기종이 부상병동의 '축구명가' 자존심을 살렸다.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수원 삼성은 22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삼성 하우젠컵 2008 결승전에서 배기종의 1골1도움 맹활약에 힘입어 전남 드래곤즈를 2-0으로 꺾고 정상에 오르며 우승상금 1억원을 챙겼다.
이로써 수원은 2005년 대회 우승이후 3년 만이자 통산 6승을 차지하며 컵대회 '절대 강자' 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올시즌 정규리그 골득실차 2위에 올라 있는 수원이 컵대회를 제패하면서 '더블' 달성의 희망도 밝혔다.
원정팀 전남이 초반 수비위주로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양팀은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그러나 미드필드에서 원천 차단하는 허리싸움 양상이 되면서 전반 10분까지 양팀은 단 1개의 슈팅도 날리지 못했다.
전반 11분 수원의 첫 슈팅이 골로 연결됐다. 주인공은 '복병' 배기종이었다. 전남의 오른쪽 페널티에어리어 외곽에서 조원희가 올려준 볼을 배기종이 두 명의 수비수를 앞에 놓고 왼발 대각선 슛으로 골망을 가른 것. 배기종의 골은 이날 오랜 가뭄을 해갈해주며 촉촉히 내리는 가을단비 같았다.
이후에도 그라운드를 활발히 누리던 배기종은 후반 33분에는 에두의 추가골을 멋지게 어시스트했다. 상대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볼을 잡은 배기종이 문전에 있던 에두에게 정확하게 찔러줬고 에두가 오른발 슈팅으로 시원하게 마무리한 것.
배기종은 차범근 감독이 준비한 비장의 카드였기에 의미가 더했다. 배기종은 막강 진용을 갖춘 수원에서는 후보나 다름없다. 그러나 최근 신영록, 하태균, 조용태 등 주전들이 줄부상으로 빠지면서 '대타'로 주전자리를 꿰찬 선수.
이날 경기전까지 7경기에서 6차례 선발 출전해 1골1도움을 기록했던 배기종이 전남전에서 원맨쇼를 펼치며 수원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운재도 여러 차례 결정적인 위기를 선방하며 큰 경기에서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전남도 사력을 다했지만 골운이 따라 주지 않아 정상 문턱에서 아쉽게 주저앉았다.
전반 22분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 상황에서 문전으로 굴절된 볼을 노마크 상태의 백승민이 슛했지만 이운재의 발에 막혔고, 후반 30분에는 슈바의 대각선 강슛이 골 포스트를 튕기는 등 골운이 따라 주지 않아 준우승 상금 5,000만원을 받는데 만족해야 했다.
한편 전남 박항서 감독은 후반 38분께 문전 혼전 상황에서 수원 선수의 손에 볼이 맞았다며 벤치에서 벗어나 거세게 항의하다 퇴장당하는 불상사를 당했다.
수원=정동철 기자 김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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