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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점 PB 제조업체는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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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점 PB 제조업체는 '죽을 맛'

입력
2008.10.23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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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이 함유된 건빵 팽창제로 제조된 건빵 제품이 국내 3개 대형할인점에 자체상표(PB) 형식으로 납품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유통파워를 앞세운 할인점 업계의 PB개발 관행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22일 보건 당국에 따르면 ㈜영양은 문제의 팽창제를 이용해 모두 8종의 건빵 제품을 생산, 이 중 6종을 대형마트 3사에 납품해 왔다. 신세계 이마트의 '스마트이팅',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와이즐렉' 등이다.

이들 3사는 해당 건빵 제품을 모두 회수했지만, 업계는 단일 제조사가 3개 대형마트에 동일한 상품을 동시 납품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라고 있다. 할인점의 PB 공동개발 명분은 좋은 상품을 싼 가격에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제조사와의 상생도 꾀한다는 것. 그러나 식품업계는 "공동개발은 말 뿐이고, 식품 개발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제조업체가 떠맡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 빙과업체인 A사 관계자는 "영세 중소기업의 경우 유통망 확보를 위해 할인점들의 PB 납품 요구에 응할 수 밖에 없고 유명 대기업조차도 요즘은 알게 모르게 PB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샘표는 '샘표진간장'을 자체 브랜드(NB)로 내놓으면서 홈플러스에 '알뜰상품 진간장'을 납품하며, 해태음료는 자체 상품인 '빼어날 수'를 내면서 이마트에 '봉평샘물'이라는 PB상품을 납품하고 있다.

영세업체의 할인점 PB납품은 고정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역으로 자체상표 육성이 어렵고 유통망을 전적으로 할인점에 기대다 보면 결국 자체상표가 고사하는 위험이 따른다. 동원F&B는 자체 브랜드인 즉석밥 '센쿡'을 낸지 얼마 안돼 이마트의 즉석밥 '왕후의 밥'을 제조하면서 자체 브랜드가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마트마다 PB상품 활성화에 열을 올리면서 PB상품을 가장 좋은 매장에 진열하다 보니 제조업체 브랜드 상품은 구석자리를 지키기 일쑤"라고 하소연했다.

더구나 요즘 같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 할인점들이 경쟁적으로 PB상품 가격인하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때는 제조업체가 원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는 것은 물론, 할인점의 가격인하 요구에 시달리는 이중고를 겪기 마련이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환율과 원재료가격 상승으로 제조원가는 크게 높아졌는데 마트 쪽은 오히려 납품가격을 더 낮추라고 요구해 어려움이 많다"면서 "할인점들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려면 농심 '신라면'처럼 자체 브랜드가 강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유통시장 자체가 빠르게 대형할인점 위주로 재편되고 있어 원칙을 고수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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