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 음악계는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1908~1992)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수많은 연주회와 행사를 펼치고 있다.
프랑스는 올해를 '메시앙의 해'로 선포했고, 메시앙의 부인 이본-로리오와 작곡가 겸 지휘자 피에르 불레즈가 공동대표인 비영리기구 '메시앙 2008'(www.messiaen2008.com)에는 세계적인 연주자와 작곡가들이 참여해 메시앙을 알리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메시앙의 생일인 12월 10일까지 이어지는 메시앙 축제를 비롯해 뉴욕, 파리, 암스테르담, 도쿄, 스톡홀름 등 세계의 주요 도시마다 메시앙의 음악이 넘치고 있다.
메시앙은 20세기 최고의 작곡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음악은 순수하고 신비스럽다. 처음 접하면 낯설고 기이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우주적 환상을 불러일으키며 영원을 응시하게 만드는 숭고한 세계가 있다.
그의 음악을 일러 작곡가 슈톡하우젠은 '믿을 수 없는 별세계의 음악'이라고 했고, 음악학자 미셸 르베르디(파리음악원 교수)는 '천국의 코너'라고 했다. 그 바탕에는 종교적 믿음이 깔려 있다.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40년간 파리의 상 트리니테 성당에서 오르가니스트로 봉직했다. 파리 음악원에서 슈톡하우젠, 노노, 불레즈, 크세나키스 등 최고의 작곡가들을 길러낸 교육자이기도 하다. 자연을 사랑했던 그는 "새들의 노래야말로 최고의 찬양"이라며 새 소리를 채집해 작곡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메시앙을 집중 조명하는 자리가 줄을 잇는다. 올들어 서울시향과 대전시향이 20세기 관현악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메시앙의 '투랑갈릴라' 교향곡을 연주한 데 이어 기념 음악회와 행사가 봇물을 이룬다.(표 참조)
이달 말 열리는 서울시향의 현대음악 프로젝트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 Ⅲ, Ⅳ는 메시앙을 중심으로 그의 음악적 계보를 잇는 선후배 작곡가들의 곡을 소개한다. 실내악(시리즈 Ⅲ)과 관현악(시리즈 Ⅳ)으로 나눠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독주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새의 비상'(피아노 협연 최희연) 등 메시앙의 작품 3편을 한국 초연한다.
라벨, 불레즈, 슈톡하우젠, 쿠르탁, 크세나키스 등 함께 연주될 다른 작곡가의 곡도 모두 한국 또는 아시아 초연이다. 프로그램에는 젊은 작곡가 홍성지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프리즈마틱' 세계 초연도 포함돼 있다. 공연 시작 40분 전에 서울시향 상주작곡가 진은숙씨가 연주곡을 직접 설명해주는 렉처를 들으면 좀더 잘 감상할 수 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씨는 11월 예술의전당에서 여는 독주회에서 메시앙의 대작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 전곡을 2시간에 걸쳐 연주한다. 백씨는 같은 프로그램으로 12년 전 명동성당 등에서 했던 4차례 국내 독주회에서 잊을 수 없는 거대한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이 곡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연주자에게 이만큼 많은 영감을 주는 작품도 없을 것이다. 누구나 일생에 한번쯤 체험해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철학과 감수성, 수세기에 걸친 음악사의 언어를 집약해 완벽하게 쓰여진 작품이다."
실내악 공연장인 금호아트홀의 메시앙 기념 음악회는 12월에 두 차례 열린다. 첫 무대는 피아니스트 임수연씨의 독주회로 메시앙의 작품 외에 다케미스, 하비 두 작곡가가 메시앙을 기리며 쓴 곡을 연주하는데, 대부분 한국 초연이다. 임씨와 TIMF앙상블이 함께하는 실내악 무대는 모두 메시앙의 곡으로 꾸며진다.
대학에서도 메시앙 음악회와 학술 행사를 펼친다. 23일 한양대 전자음악연구소가 주최하는 메시앙 음악회는 메시앙의 작품 3편과, 그에게 큰 영향을 준 쇤베르크, 그의 제자인 슈톡하우젠과 베리오의 작품을 연주한다. 연세대 음악연구소의 11월 메시앙 페스티벌은 국내외 연주자와 음악학자들이 참여하는 심포지엄과 4개의 음악회로 되어 있다.
메시앙이 2차대전 중 나치 포로수용소에서 작곡한 걸작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 전곡 연주와, 오르간 연주자 티에리 에스카이, 프랑수아 에스피나스의 메시앙 작품 연주회가 하이라이트다.
오미환 기자
사진 연세대 음악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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