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발표됐지만 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외환시장은 은행 대외채무 지급보증과 외화유동성 추가 공급에 힘입어 환율이 어제 소폭 하락했다. 패닉 상태는 진정되는 양상이다. 반면 증시는 장기 주식형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에도 여전히 널뛰기를 하다가 힘겹게 상승세로 장을 마감했다.
증시가 불안한 것은 이번 대책이 발등의 불인 외화 유동성 공급 확대를 겨냥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초대형 뇌관인 16만 가구의 미분양 주택과 건설사 부실 해소 대책이 아직 발표되지 않아 투자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정치권의 협력이 절실하다. 1,000억 달러에 이르는 은행 간 대외채무에 대한 지급보증 등은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선진국들은 한 발 앞서 은행간 차입 지급보증과 자본확충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대책이 늦은 것도 문제지만, 국회 동의마저 정쟁에 휘말린다면 은행의 대외신인도 추락에 따른 외화차입난 가중과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우려된다.
세계 금융위기는 금융회사나 특정 국가의 통제범위를 넘어서면서 국가 간 서바이벌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각국 정부와 정치권이 자국 금융시스템 보호를 위해 은행에 대한 직접 개입과 초당적 협력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정치권이 이번 대책을 신속하게 지원하지 않는다면 금융시장은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집에 불이 나면 먼저 불부터 끄고 나서 따질 건 나중에 따지는 법이다. 미 하원이 7,000억 달러 규모 구제금융법안을 부결시켰을 때, 미국 등 세계 금융시장이 나락으로 떨어진 바 있다.
정부는 건설부문 등 실물경기 대책도 신속히 내놓아 우리경제가 복합 불황에 빠지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내년 예산도 복합 불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시 짜야 할 것이다. 잦은 정책 실기와 불협화음으로 신뢰를 상실한 경제팀은 이제라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책을 내놓아 우리 경제를 덮치고 있는 폭풍우를 헤쳐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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