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러시아 유엔대표부에 편지를 보내 선거자금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러시아 유엔대표부의 루슬란 바크틴 대변인은 20일 "매케인 후보로부터 선거자금 지원을 호소하는 편지를 16일 받았다"며 "러시아는 외국의 정치활동이나 선거유세에 일절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이 입수한 편지는 '친애하는 친구에게'로 시작해 '버락 오바마 후보를 이기고, 매케인이 전세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증진할 수 있도록 최대 5,000달러까지 지원해 달라'고 쓰여있다. 지난달 29일로 날짜가 찍혀 있는 편지는 모두 6장 분량으로, 러시아 유엔대사인 비탈리 처킨이 수신인으로 돼 있다.
바크틴 대변인은 "처킨 대사의 직함이 쓰여 있지 않고, 겉면에 공식 표제가 없는 것으로 보아 매케인 캠프측의 컴퓨터 실수에 의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같은 일은) 외교가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라며 "매케인측에는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매케인 캠프의 브라이언 로저스 대변인은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잘못 보낸 것 같다"며 "우리는 기부를 할 수 없는 사람에게 기부를 요청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미국의 대선 후보는 외국으로부터 선거 자금을 지원받는 것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이번 편지 소동은 매케인이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을 강력히 성토한데다 선거자금 모금에서도 오바마에 현격한 열세를 보이고 있어서 여러 뒷말을 낳고 있다.
매케인은 8월 러시아가 국경을 넘어 그루지야와 전면전을 벌이자 러시아를 주요8개국(G8)에서 축출할 것을 제안했고 지난해 말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정보기관을 통한 공포정치를 펴고 있다며 "푸틴의 눈에서 K, G, B라는 세 글자를 본다"고 말하는 등 러시아에 깊은 불신을 드러내 왔다.
이 때문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뉴욕 유엔총회에서 매케인 캠프의 외교 자문을 하고 있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에게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역사적 배경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AP통신은 러시아 대표부의 지원 거절을 '매케인에 대한 복수'라고 전했다.
매케인은 선거자금 모금에서도 9월 현재 오바마의 1억5,000만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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