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현수(20)는 플레이오프 직전 '부상'이 생겼다. 허리와 엉덩이 사이에 새끼손톱만한 뾰루지가 난 것이다. 한 시즌 내내 큰 탈 없이 잘 지냈건만 하필 '시집간 날 등창 난' 격이었다.
뾰루지라고 얕볼 게 아니었다. 방망이를 돌릴 때마다 살과 살이 맞닿으면서 바늘로 찌른 듯했다. 김현수는 뾰루지가 극심했던 플레이오프 1~3차전에서 12타수 3안타로 부진했다. 3차전에서는 안타성 타구가 몇 개 잡히긴 했지만 어쨌든 결과는 안 좋았다.
21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두산의 플레이오프 5차전. 경기 전 훈련 때부터 김현수의 표정이 밝았다. 뾰루지가 말끔히 나았다는 증거였다. "이젠 전혀 아프지 않다"며 수줍은 미소까지 지었다.
뾰루지 고통에서 해방된 김현수가 팀을 한국시리즈 문턱으로 이끌었다. 3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김현수는 3회 결승 1점 홈런을 포함해 5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또 전날 2연속 안타에 이어 이날 연속 3안타를 때려 5연타석 안타로 플레이오프 타이기록까지 세웠다.
삼성을 6-4로 물리치며 시리즈 전적 3승2패를 만든 두산은 남은 두 경기 중 한 경기만 잡으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다. 23, 24일 6, 7차전(이상 오후 6시)은 두산의 홈인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김현수는 1회초 1사 1루 첫 타석에서 좌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안타로 찬스를 이어갔다. 두산은 4번 김동주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홍성흔의 볼넷에 이은 고영민의 내야땅볼 때 오재원과 김현수가 홈을 밟아 2점을 선취했다.
지난 16일 1차전에서 삼성 유격수 박진만의 실책 때 2루에서 홈까지 파고들었던 김현수는 이날도 김재걸의 실책을 틈타 2루에서 홈까지 내달리는 과감한 베이스 러닝을 펼쳤다.
김현수는 3회에는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배영수의 시속 129㎞짜리 몸쪽 포크볼을 퍼올려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겼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자신의 첫 홈런이었다. 탄력을 받은 김현수는 5회 2사 1루에서 우전안타를 뿜어 2루 주자 오재원을 홈으로 불러들인 데 이어 김동주의 2점 홈런 때는 홈까지 밟았다.
삼성은 4-6이던 9회말 무사 1ㆍ2루의 동점찬스를 잡았으나 후속타 불발로 주저앉았다. 두산 임태훈은 9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 퍼펙트로 뒷문을 단속하며 천금 같은 세이브를 올렸다. 삼성 6번 박진만과 7번 진갑용은 2회 솔로홈런으로 포스트시즌 통산 16번째, 플레이오프 통산 7번째 연속타자 홈런을 기록했지만 빛이 바랬다.
한편 이날 대구구장은 1만2,000명 만원을 기록, 플레이오프 10경기 연속 매진행진을 이어갔다.
■ 양팀 감독의 말
"임태훈이 잘 막았다"
▲두산 김경문 감독=올림픽 때보다 손에 땀이 더 많이 나는 경기였다. 승부를 떠나서 양 팀 모두 좋은 경기를 펼쳤다. 웬만하면 이재우로 경기를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지나치게 부담을 가진 것 같다. 마지막 어려운 상황에서 임태훈이 잘 막아줬다. 오늘 경기의 수훈선수를 꼽으라면 임태훈이다.
"찬스때 득점타 불발"
▲삼성 선동열 감독=5회 김현수 타석에서 어렵게 승부를 하면서 볼넷으로 거르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배영수가 욕심을 냈다. 14안타를 치고 4점밖에 뽑지 못한 점은 아쉽다. 찬스 때 득점타가 나오지 않았다. 이상목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간계투로 등판하니 선발 때보다 편한 마음으로 잘 던져줬다. 6차전에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열심히 해보겠다.
대구=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허재원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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