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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IB, 국내보유 빌딩 잇따라 "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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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IB, 국내보유 빌딩 잇따라 "팔자"

입력
2008.10.2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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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주계 금융그룹 맥쿼리의 ㈜맥쿼리센트럴오피스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는 최근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매입가격 1,580억원) 매각에 나섰다.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가 자금조달이 어렵다며 포기하자 2순위였던 국민연금에 매각키로 가계약을 맺었다. 그사이 가격은 맥쿼리가 바랐던 4,000억원에서 3,25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매각대금을 달러화로 바꿔 본국으로 보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연금도 이내 포기했다. 가뜩이나 불안한 환율상승을 부추기고,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국내 기업들의 빌딩 매물도 많은데 굳이 외국계 소유빌딩이냐는 비난에 시달린 탓이다. 21일 맥쿼리센트럴은 극동빌딩 계약백지화 내용을 공시했다.

#2. 얼마 전부터 업계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된 글로벌 투자은행(IB) 메릴린치가 SK서린동빌딩(매입가격 2,400억원)을 SK그룹에 다시 사달라고 요청했다는 소문이 회자되고 있다. "결정된 바 없다(메릴린치), "아직 연락 못 받았다"(SK) 등 양측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매각대금(5,000억원대) 등 소문은 증폭되고 있다. 애가 타는 건 메릴린치지 SK는 오히려 느긋하다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글로벌 IB 등 외국계 투자자들이 국내 빌딩을 잇따라 팔 태세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빌딩시장을 싹쓸이했던 상황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자금난에 시달리자 현금확보 총력전에 나선 외국계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매도 공세에 이어 보유 부동산까지 처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GE캐피털의 GE리얼이스테이트는 강남의 N빌딩과 T빌딩, 분당의 C빌딩을 매물로 내놓았다. 미국 GE캐피털의 올해 3분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나 감소한 걸로 알려졌다.

회사정리절차에 들어간 글로벌 IB 리먼브러더스가 보유한 국내 빌딩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명동 유투존, 동대문상가 쇼핑몰 라모드 등인데 매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국 정부로부터 85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AIG의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도 비슷한 운명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거래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내 기업들도 보유 부동산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잇따라 내놓는 터라 매물은 쌓이고 매수자는 실종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외국계 투자자들이 매각 대금을 들고 떠날 경우 국내 환율시장에 미치는 악영향도 적지않아 선뜻 매수자로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설정한 펀드가 소유한 강남의 S빌딩도 최근 인수의향서(LOI)를 투자자로부터 받았으나 기관들이 참여하지 않아 유찰된 것으로 전해졌다.

매물 급증에 따른 '매수자 우위' 형국이 전체적인 상업빌딩의 가격 급락 조짐으로 이어질까 불안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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