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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불금 은폐 등 '코드감사' 눈총에 자성 목소리/ "영혼없는 감사원 내부부터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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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불금 은폐 등 '코드감사' 눈총에 자성 목소리/ "영혼없는 감사원 내부부터 감사를"

입력
2008.10.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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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흔들리고 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업무상 독립적이어야 할 감사원이 그간 정권의 입맛에 따른 '코드 감사(監査)'를 해왔다는 지적이 감사원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은 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공직기강 감찰'이란 명분을 내걸고 곧바로 KBS를 포함한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벌였다. 유례없이 강도 높은 감사에 따라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은 대부분 옷을 벗었다.

감사원은 이어 참여정부의 혁신도시 정책을 감사, 효과가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또 참여정부에서 급속히 증가한 446개의 정부위원회 중 185개가 불필요하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이런 감사원을 향해 국민들은 "지난 정권에서는 왜 침묵했느냐"며 냉소를 보냈다.

그러다가 쌀 직불금 문제가 터지면서 감사원 내부의 종기도 덩달아 터졌다. 청와대에 사전보고를 하고, 감사를 끝내고도 결과를 비공개하고, 부당 수령자 명단을 폐기하는 등 의혹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당연히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약한 곳에는 가혹한 칼날을 들이댄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감사원 홈페이지에는 네티즌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감사 대상인 공무원들조차 "감사원 내부부터 감사하라"고 비아냥댔다.

급기야 감사원 내부에서 "감사원이 권력에 휘둘리고 있다"는 자성론, 비판론을 나왔다. 6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실무자협의회는 내부 전산망에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국민만을 바라봐야 할 감사원이 권력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은 부인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자탄했다. 협의회는 특히 "쌀 직불금 제도의 문제점을 밝혀낸 감사는 칭송을 받아야 했는데도 투명하지 못한 감사처리로 국민적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이어 "과거에 대해 국민의 용서를 구하고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면서 "조선시대 삼사(三司)의 선비들은 목숨을 걸고 왕에게 직언했으니, 우리도 대통령과 권력에 맞서는 한이 있더라도 소신껏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자성도 내놓았다.

감사원의 친 권력적 행태는 인적 구성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감사원 감사는 대통령이 임명한 7명의 감사위원의 합의 하에 진행된다. 행정부를 감시하는 기능을 가지면서도 대통령 직속기구이기 때문에 임명권자의 입김을 배제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법학)는 "감사원의 뼈를 깎는 자성도 필요하지만 제도적으로 정치적 감사를 막을 수 있는 장치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면서 "감사위원의 구성방법과 감사과정에 대한 투명성 확보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감사원이 의회에 소속돼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미국이나 캐나다의 방식을 고려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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