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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직불금과 농업현실

입력
2008.10.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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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소득 직불금 부당 수령 의혹에 대한 정치권의 논란이 시끄럽다. 여야가 국정조사에 합의했으나 현재의 자세로 보아 국회가 관련 의혹을 낱낱이 밝히고, 불법 지급된 직불금 환수와 제도개선의 토대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민주당은 '감사원 명단'의 즉각적 공개 주장 등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책임을 부각할 방침이고, 한나라당은 감사원의 은폐 의혹과 지난해 6월 보고 이후에도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노무현 정부의 책임을 따질 태세다. 정치공방 위주의 국정조사가 예고된 셈이다.

'불법 수령' 확정은 어려워

정치권 밖은 더욱 시끄럽다. 고위 공직자의 부당수령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농민단체의 시위가 거듭되고, 소작농들의 '무전유죄(無田有罪)' 외침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토록 무성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의 해명이 완전히 무너져 '불법 수령' 사실이 확정된 예가 극히 드물다. 심지어 사의를 밝힌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의 직불금 신청의 불법성도 확인되지 않았다. 남편이 현지에 와서 한 일이라고는 일꾼들에게 품삯을 주고 지켜본 것뿐이라는 현지 주민들의 증언이 있었지만 불법성을 뒷받침하기 어렵다. 오히려 일꾼들에게 품삯을 주고 직접 농사일을 시켰음을 확인해줄 뿐이다.

쌀 직불금의 근거인 쌀소득 보전법에 따르면 지급 대상자는 '1998년 1월1일~2000년 12월31일 논 농업에 이용된 농지에서 논 농업에 종사(휴경 포함)하는 농업인 등'이다. 농지법을 비롯한 다른 관련법의 '경작' 대신 '종사'를 쓴 것은 자신의 노동력을 들여 직접 농사일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노동력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사람까지 포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야 고령으로 노동력을 거의 잃고, 남의 노동력에 기대어 농사를 짓고 있는 노인들이 적지 않은 현실과도 맞다. 노동력이 없는 장애인도 남의 힘을 빌어 농사를 짓는다. 이런 노인이나 장애인이 직불금 수령 자격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도 도시에 살면서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이면 '농업인 등'에 걸려 수령 자격이 없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헛되다. 쌀소득 보전법은 제2조는 '농업인 등'은 농촌ㆍ농업기본법 제3조 2호의 규정에 따른 농업인과 제15ㆍ16조 규정에 따른 영농조합법인 및 농업회사법인이라고 적시했다. 그런데 농촌ㆍ농업기본법과 그 시행령의 '농업인'은 연간 90일 이상 농사일을 하는 '진짜 농민'은 물론이고 농업 경영자, 심지어 농산물 거래나 무역 종사자까지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부재지주도 웬만하면 직불금 수령 자격이 있다. 다만 논을 남에게 빌려주어 농사를 짓게 하고, 임대료 명목으로 쌀을 받는 사실상의 소작제의 경우에 직불금은 당연히 소작인 몫이다. 그러나 소작인이 직불금 문제를 꼬치꼬치 따지다가는 논을 더 이상 부쳐먹을 수 없게 되기 십상이다.

또 지주가 직불금을 소작인에게 주는 대신 소작료를 그 만큼 올릴 수도 있다. 의혹의 도마에 오른 대부분의 공직자들이 해명하듯 가족이나 친척에게 농사를 짓게 했다면 부재지주의 직불금 불법 수령은 더욱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친밀한 관계로 보아 애초에 문제가 되기 어렵고, 문제가 되더라도 "대신 받아서 전했다"는 해명이 통하기 쉽다.

근본적 제도개혁 서둘러야

결국 직불금 문제는 애초에 느슨한 규율을 상정한 제도적 결함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쌀시장 개방에 대한 농민 반발을 덜어보려고 서둘러 법을 만든 당시 사정으로 보아 국회가 어느 정도 미비점을 짐작하고도 눈감아준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국회가 지금처럼 '네 탓' 공방에 매달릴 게 아니라 조속한 법 개정을 통한 근본적 제도개혁에 힘써 마땅하다.

여야의 정치공방은 국민적 의혹과 불신을 키우리란 점에서 더 큰 문제다. 직불금 문제가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을 흔드는 것처럼 인식되고, 부재지주에 대한 계층적 반감을 자극하는 현실을 방치한 잘못만도 이미 크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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