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12월 대구 달서구 유천동에 공급한 '신월성 아이파크2차'(1,046가구)는 분양 당시 청약률 '제로'를 기록했다. 10개월이 지난 현재 상황은 어떨까. 여태껏 1가구도 분양되지 않았음은 물론, 공사까지 중단돼 '유령' 현장으로 남아 있다. 회사 측은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사업을 끌고 갈 수 없어 사실상 사업을 접은 상태"라며 "상황을 봐가며 내년께나 다시 추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미분양 고름'이 예상보다 심각하다. 분양 1년이 넘도록 계약자가 1명도 없는 '유령 단지'가 속출하고 있으며, 대형 건설회사가 분양한 단지조차 계약금을 물어주고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린 사례가 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의 가장 큰 어려움인 미분양 사태는 대형사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올해 초 대구 신천동에서 702가구 를 분양한 한 굴지 건설사는 계약자를 거의 구하지 못한채 소수 계약자들에게 계약금의 2배를 위약금으로 물고 해지하기도 했다.
부도가 난 시행사에게서 사업권을 넘겨 받은 이 건설사는 시장 상황을 봐가며 재분양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부동산 경기가 워낙 불투명해 구체적인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입주 예정자가 원해서 계약 해지가 이뤄지는 경우는 있어도 건설사가 재분양을 위해 계약을 해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시장이 침체돼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말 충남 조치원에서 아파트 983가구를 공급했으나, 아직도 분양률이 10%에 못 미쳐 골치를 썩고 있다. 현재 골조공사가 진행 중이나 올 연말께 공사가 중단될 것이라는 소문마저 퍼지고 있다.
월드건설이 지난해 12월 부산 장전동에서 분양한 주상복합 아파트(514가구)도 이 달초까지 계약자가 1명도 없었다. 자금난에 처한 월드건설은 결국 사업 지연에 따른 수백 억원대 손실을 감수하고 최근 2만5,700㎡(약 7,800평)의 사업부지를 귀뚜라미보일러그룹에 매각했다.
1년 가까이 미분양에 시달리다 대한주택공사에 일괄 매각하는 경우도 있다. 경남기업이 지난해 말 경남 진해에서 분양한 '신항만 경남아너스빌'(468가구)은 당시 청약률 '제로'를 기록해 올해 4월 재분양에 들어갔으나, 이마저도 계약자가 거의 없어 조만간 주공의 임대분양 단지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경남기업은 최근 주공에 이 단지의 일괄 매입 신청을 했고, 현재 매입 가격 등 세부 사항을 주공 측과 협의 중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중견ㆍ중소 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업체의 미분양 현실도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점을 감안할 때 건설업계 부실 정도가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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