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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시골의사와 미래에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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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시골의사와 미래에셋

입력
2008.10.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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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박경철'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개미 주식 투자자들에게 투자철학과 전략을 조언해온 외과의사 박경철씨가 엊그제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 적잖은 반향을 낳고 있다. 그는 지난 주 MBC TV의 '100분 토론'에 함께 출연했던 미래에셋 투자전략센터의 한상춘 부소장이 토론 도중 "펀드가 반토막날 때까지 환매하지 못한 것은 개인의 탐욕이나 기대심리 때문"이라고 말했다가 사이버 몰매를 맞고 결국 부소장 자리까지 내놓은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고민 끝에 그는 비난과 오해를 사더라도 할 말은 하기로 비장하게 마음먹었다고 한다.

▦ 이 글에서 그는 우선 한씨와 방송 시작 전부터 끝난 후까지 많은 얘기를 나누며 이해한 그의 발언의 진의는 "손실이 있더라도 이 시점이면 가치를 믿고 장기투자를 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 뜻을 전하는 말을 잘못 고른 '실언'의 책임은 있으나, 잘못된 생각의 바탕 위에서 궤변을 정당화하는 '망언'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금융시장에 통용되는 '탐욕과 공포'의 잣대로 보면 투자자들이 펀드에 가입할 때는 '이익을 위한 탐욕'으로, 환매할 때는 '손실에 대한 공포'로 움직인다는 말도 옳다고 말했다.

▦ 안동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이면서 주식투자의 '재야 고수'로 활약해온 박씨가 힘들게 쓴 글엔 곧 공감을 표시하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한씨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던 목소리도 크게 잦아들었다. 박씨가 그 동안 주식 투자자들에게 쌓아온 명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시장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시장 참가자들의 스트레스에 공감을 표시한 뒤 "아무리 혹독한 겨울도 봄에 필 싹까지 얼어죽게 하는 법은 없다"고 차분히 설득한 덕분일 것이다.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이지만 박씨의 예는 시장에서 통하는 힘은 '신뢰'라는 것을 잘 보여줬다.

▦ 박씨는 "이번 일이 모든 자산 운용사들이 고객을 좀더 소중하게 여기고, 투자자들도 한번 더 신뢰를 보내는 계기가 된다면 아픔도 약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른바 금융시장의 '대리인 위험(agency risk)' 이론을 상기시킨 것이다. 고객이 금융회사에 돈을 맡기는 것은 거래의 위험성을 잘 모르기 때문인데, 금융회사가 위임 받은 리스크 관리 의무를 태만히 하면 엄청난 혼란과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월가발 금융위기의 본질은 이 이론으로 가장 정확히 설명된다. 이 교훈을 잠시 잊었던 미래에셋의 처지가 요즘 참으로 곤궁하다.

이유식 논설위원 ys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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