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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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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입력
2008.10.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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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시절부터 자유분방한 성생활로 남편 덕훈(김주혁)의 속을 끓였던 아내 인아(손예진)가 어느날 선언한다. "나 사람 있어… 결혼하고 싶어"라고. 남편은 펄쩍 뛰고 아내는 어린애처럼 칭얼댄다.

"내가 별을 따달래, 달을 따달래. 그저 남편 하나 더 갖겠다는 것 뿐인데." "차라리 별을 따달라고 해!" 버럭 화를 내는 남편의 반발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아내는 다시 면사포를 쓰고, '주중 남편'과 '주말 남편' 사이를 오간다.

"남자들이 보면 기가 막히고 울화통이 터질 영화"(김주혁)이고, "굉장히 무서운 이야기가 될"(정윤수 감독)수도 있는 내용. 하지만 이중 결혼이라는 심각한 상황서 나온 두 남녀의 대사에서 쉬 짐작할 수 있듯이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는 무거움보다는 가벼움을, 진지 모드보다는 발랄 모드를 향한다.

여러 유부남들이 비일비재로 저지르는 '두 집 살림'이라는 익숙한 상황의 비틀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당황스러운 경험을 선사하고, "우리 팀은 투톱(두 남편) 체제야" 등 축구를 소재로 엮어낸 재치 있는 대사를 지렛대로 돌발적 웃음을 생산한다.

일부일처제의 전통을 거스르는, 파격적이고 발칙한 내용임에도 영화는 결혼의 진화나 사회적 금기의 해제를 주창하려 하진 않는다. 그저 남자와 여자의 역할 바꾸기를 통해 단지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되돌아보기를 권한다.

위험 수위까지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도 적절한 극적 긴장감을 유지하는 선에서 제동을 거는 정윤수 감독의 연출은 이 영화를 유쾌한 오락영화로 규정 짓는다.

배우들의 호연도 눈에 띈다. "누구 좋으라고 내가 이혼을 해?"라고 외치는 김주혁과 "사랑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고 맞받아치는 손예진의 연기는 4차원적 캐릭터를 3차원 현실로 끌어내린다. 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황당무계한 내용엔 곧바로 등을 돌리는 관객의 공감대까지 얻어낼 지 미지수다.

40만부 넘게 팔린 소설가 박현욱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23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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