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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융CEO 고민중, 고개 푹 숙여야? 숙이는 시늉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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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융CEO 고민중, 고개 푹 숙여야? 숙이는 시늉만?

입력
2008.10.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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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하는 미국 금융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입에서 "정말 죄송합니다"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

글로벌 경제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미 금융기업의 CEO가 공개 사과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의 다니엘 디어마이어 교수는 "그간 금융업계 CEO는 겸손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면서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이들의 공개 사과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금융기업 CEO는 오만하고 거만하기로 유명하다. 미국 4위 투자은행(IB) 리먼 브러더스의 몰락을 가져온 리처드 풀드 전 CEO는 재임 시절 회의를 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간부에게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는 것을 즐긴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런 문화가 정착된 것은 금융상품이 복잡하고 어렵다 보니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오히려 먹혔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에 젖어온 금융업계의 CEO가 공개 사과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은 금융위기의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이들이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미리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했거나, 발행을 자제했다면 지금의 위기를 가져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법적으로 책임이 명백한 만큼 차라리 공개 사과를 해서 책임을 경감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현실론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어느 선까지 공개 사과를 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리처드 풀드는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회사의 몰락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경영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미 의회와 금융감독기관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 오히려 여론의 빈축과 반발을 샀다.

디어마이어 교수는 "진심에서 우러 나오는 사과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05년 항공기 활주로 이탈 사고로 6세 소년이 숨지자 미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허브 캘러허 CEO는 사고 당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극에 대해 형언하기 어려운 슬픔을 느낀다"고 공개 사과해 여론을 호의적으로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사과 성명을 한지 며칠 만에 11% 상승했다.

디어마이어 교수는 "그러나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된 사과 발언은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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