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아파트 값이 급락세를 타면서 법원 경매에 감정가나 시가의 절반가격에 나온 '반값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입 자금 여유가 있는 실거주자들은 이 초저가 아파트를 노려볼 만하다.
본래 경매에서 나오는 저가 물건은 선순위 임차인이나 유치권 등 권리 관계가 복잡한 게 대부분이다. 선순위가 있을 경우 사실상 해당 물건에 부채가 딸려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자연히 낙찰가는 내려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금융위기 여파로 주택 수요가 크게 줄면서 권리상의 하자가 전혀 없는 '깔끔한' 주택이 감정가나 시가의 절반 가격에 나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서울 양천구 목동이나 경기 용인시 등 가격 하락 폭이 컸던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20일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양천구 목동 금호베스트빌 161㎡(48.7평)형은 최초 감정가가 8억원이었으나 3차례 유찰돼 이 달 24일 감정가의 51%인 4억960만원부터 입찰이 시작된다. 이 아파트는 현재 소유자가 살고 있어 명도(기존 점유자를 내보내는 것)가 쉽고, 낙찰되면 등기상의 모든 권리가 말소되는 물건이지만 주변 집값 약세로 응찰자가 없었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행원마을 동아솔레시티 211㎡(63.8평)형은 이달 30일 감정가(10억원)의 51%선인 5억1,200만원에 입찰이 진행된다. 이 아파트는 용인 집값 하락세를 반영한 듯 7월 첫 입찰부터 단 한 명도 응찰하지 않아 유찰을 거듭했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 현대아파트 185㎡(55.9평)형 역시 감정가(8억7,000만원)의 절반 수준인 4억4,544만원에 4회차 입찰을 시작한다.
이런 아파트 물건의 최저 입찰가격은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는 주변 시세보다도 훨씬 싼 게 대부분이다. 우량 물건의 유찰이 계속되는 것은 경락 잔금을 대출 받기가 힘들어진 것도 큰 이유다. 호황기에는 제1,2 금융권이나 대부업체에서 경매 물건의 50%(연립주택은 70~80%)까지 대출을 해줬으나 최근 금융위기 발생 이후 돈줄이 마르면서 사실상 대출이 끊어졌다.
지지옥션의 강은 팀장은 "권리관계가 깔끔한 감정가 반값 아파트는 불경기라 해도 충분히 투자가지가 있는 물건"이라며 "단 대출이 안 되는 만큼 자금 여력이 충분한 경우에만 경매에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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