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풍부한 재정을 자랑이라도 하듯 학비 인하 경쟁에 나섰던 미국 대학들이 최근 불어 닥친 월가발 금융위기로 수업료 대폭 인상을 추진하는 등 재정난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호시절을 누리던 미국 대학들이 세계적 금융위기에 따른 자금시장 위축과 기부금 감소, 정부 부조금 삭감 등의 재정적 압박요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급속도로 성장한 미국의 대학은 연간 1,750만명의 신입생을 선발하고 3,340억달러의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며 340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매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기부금과 입학생 증가, 학비 인상, 수익용 기본재산 등 풍부한 재정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이 정도로 재정 규모가 커 진 것이다. 미국 대학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 같이 풍부한 재정력을 학생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여론에 밀려 경쟁이라도 하듯 학비 인하와 장학금 지급 확대 등을 선언했다.
그러나 최근 한 달 남짓 금융위기가 계속되면서 대학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기부금을 받지 못하는 소규모 사립 대학은 경쟁자들과 인수합병을 고려하고 있으며 명문 대학도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올해 6월까지 대학의 기부금 손실률이 평균 5∼7%에 달했다"며 "6월 이후 지출이 계속 늘고 증시가 폭락한 점 등을 감안하면 보유현금 및 투자액이 30% 정도 추가 감소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매사추세츠대학은 재정 부족으로 내년 예산 5%를 삭감했고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학은 1990년 이후 처음으로 교원들의 연금 부담을 인상키로 했다. 멤피스대학은 직원들에게 명예퇴직을 요청했으며 그리넬칼리지는 1억3,500만달러가 소요되는 도서관 개보수 공사를 예산부족으로 1년 이상 연기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대학 900곳이 이용하던 93억달러 상당의 합동투자기금 인출이 이달 초 일시 중단되면서 대학의 살림살이가 더욱 빠듯해졌다. 지금은 기금 인출이 가능해졌지만 예치금의 40%까지만 찾을 수 있으며 전액 인출은 2011년까지 기다려야 해 자금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1,600개 공립대학과 칼리지를 대변하는 미국교육협의회(ACE)의 몰리 코베트 브로드 회장은 "최근 수년간 4∼6%씩 인상한 등록금이 내년에는 두자릿수로 오를 수 잇다"고 내다보았다.
WSJ은 "과거 기부금을 사용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는 데 주력했던 하버드, 예일 등 재정이 풍부한 대학도 금융위기의 한파를 피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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