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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주의 IT 프리즘] 정보 습득 자체는 무의미 창의성·도전 통해 활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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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주의 IT 프리즘] 정보 습득 자체는 무의미 창의성·도전 통해 활용을

입력
2008.10.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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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드라마에서 본 장면이다. 한 여고생이 역사 과목을 F 받기 일보 직전이었고, 그렇게 될 경우 졸업을 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마지막 기회인 담당 선생님과의 대면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자나깨나 역사책만 붙들고 공부했다. 드디어 시험 당일 한 가지 질문이 주어졌고, 그녀는 외운 답변을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나 담당선생님은 그 답변은 틀렸다며 나가라고 했다. 당황한 그녀는 "역사책만 붙들고 밤새 달달 외웠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선생님을 붙잡고 울먹였다. 선생님은 다시 한번 "네 생각은 뭐냐?"라고 물었고, 막판에 몰린 그녀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그 당시 정치인의 결정이 틀렸다"고 내뱉었다. 선생님은 그때서야 "그것이 내가 원하는 답이었다. 중요한 것은 너의 생각"이라며 통과를 시켜 주었다.

부담 없이 보려던 코미디 프로에서 미국의 교육 현장과 방식을 인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역사야말로 생각하는 훈련을 시도할 수 있는 좋은 과목이다. 역사 속 인물들의 관점과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나라면 어떤 결정을 했을까?'를 스스로 생각해 보고, 일방적으로 책에서 내려주는 결론이 아닌 자기 나름대로 역사에 대한 비판과 가치 정립을 해보는 것은 스스로 생각하기 훈련을 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렇게 정립한 생각들은 현실에서의 창조적 사고에 밑거름이 된다.

현대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은 창의력과 도전 정신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CD 한 장에 들어가는 지식을 머리 속에 집어 넣는 것에만 혈안이 돼 있다. 정보 그 자체는 의미가 없다. 정보가 올바르게 소화되고 활용될 때에 비로소 그 생명력을 부여 받는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많은 정보가 디지털화 됐고, 강력한 검색 엔진이 온 세상의 지식을 빠르게 전파 시킨다. 요점은 이런 지식을 이용하고 판단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의성이다. 산업 시대에는 훈련과 정확성을 중시했다.

그러나 지식 기반 사회의 교육 코드는 창의력과 도전이다. 이러한 소프트 정신이 발휘되지 못하면 우리가 하드웨어로 얻은 IT 강국이라는 브랜드는 지탱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한국 교육이 문제를 푸는 과정보다 정답을 맞추는 결과 중심으로 점점 무게를 옮겨 온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실패를 경험하는 훈련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덕목이다. 구글(Google)에서는 훌륭하게 실패하는 것을 장려한다고 한다. IT와 과학기술은 창의력과 도전 정신이 있어야 싹이 자라날 수 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본질에 대한 인식 전환을 필요로 한다.

오석주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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