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만으로 이런 최상급은 드물다. 레오나르도 다카프리오와 러셀 크로의 연기 조합, '에일리언'과 '글래디에이터' 등을 만든 거물 리들리 스콧의 연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디파티드'의 각본을 담당했던 작가 윌리엄 모나한까지.
흠잡을 데 없는 배우와 감독과 스태프의 만남이다. 하지만 7,000만 달러(약 910억원)를 들인 블록버스터 첩보물 '바디 오브 라이즈'는 한껏 부푼 관객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기엔 재미나 완성도가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 보인다.
배경은 중동, 시점은 현재, 주인공은 대테러 전쟁에 나선 CIA요원. '바디 오브 라이즈'는 격동하는 세계 정세의 현장서 벌어지는 첩보원과 테러리스트의 대결에 초점을 맞추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어당긴다.
여기에 작전 전개방식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는 CIA전략가 호프만(러셀 크로)과 CIA요원 페리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대립축이 흥미를 부풀린다.
특히 눈길을 잡는 부분은 어린 아들의 응석엔 어쩔 줄 모르면서 곧잘 한 사람의 명줄을 간단히 끊어놓는 호프만의 '우아한' 업무 방식과 동료의 뼈 조각이 몸에 박히는 등의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현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페리스의 땀내 나는 일상이 빚어내는 강렬한 콘트라스트다.
그러나 역동적인 소재와 갈등의 진폭이 내정된 이야기를 택했음에도 영화는 큰 긴장감을 불러오진 못한다. 상관과의 갈등 등으로 위기에 빠진 현장 첩보요원, 급작스레 찾아온 이국 여인과의 순정한 사랑, 총알이 머리에 박힐 찰나의 극적인 구조 등 첩보영화의 장르적 관습을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당대 최고의 비주얼리스트로 종종 꼽히는 스콧 감독의 영상 감각은 여전히 나무랄 데가 없다. 사물을 빨아들일 듯 지상을 '줌인'하는 첩보위성의 괴력과 황량한 벌판서 펼쳐지는 추격전의 긴박함은 그의 손을 거쳐 공명을 얻는다.
거짓의 실체라는 의미를 지닌 제목 '바디 오브 라이즈'(Body of Lies)는 대테러 요원들이 사용하는 교란작전을 가리킨다. 23일 개봉, 15세 관람가.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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