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 '펀드 광풍'을 몰고 온 미래에셋이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 20일 미래에셋증권 주식은 하한가로 곤두박질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갖고 있는 주식까지 덩달아 추락했다. 엎친 데 덮친 꼴이다. 바로 전날 장기 펀드에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정부 대책에 따라 가장 큰 덕을 볼 것으로 꼽혔던 터라 그 충격은 더 컸다.
특히 이날 JP모건이 내놓은 미래에셋 관련 보고서가 직격탄이었다. JP모건은 미래에셋의 목표 주가를 17만1,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무려 62%나 내리고, 지금껏 '비중 확대'를 유지하던 투자의견도 '비중 축소'로 낮췄다.
보고서는 "현재까지 펀더멘털은 비교적 탄력성을 보이지만 최근 자금 시장의 어려움이 역풍으로 작용할 지 모른다"며 "원화가 빠르게 약세로 돌아섰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와 채권시장에서 단기 유동성 고갈 등에 따른 위험에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뮤추얼펀드 등에서 빠져 나온 자금이 은행 계좌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고, 장기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등 한국 정부가 내놓은 카드도 시장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힘에 부친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 금융주 중 미래에셋증권이 앞으로 불어 닥칠 위기에 가장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 발표 이후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는 주당 6만9,700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갱신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3월 기준 5% 이상 보유한 주식 중 대표주로 꼽히는 동양제철화학(-6.52%), 대한해운(-14.32%), KCC(-4.02%), 두산(-5.60%), 현대중공업(-3.63%)도 유탄을 맞아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졌다. 미래에셋은 꼭 1년 전 인사이트펀드를 내놓으면서 1주 일만에 4조원을 끌어 모았고 11월 초 주가는 사상 최고인 주당 20만원까지 치솟았다.
허대훈 NN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가 말한 CMA나 펀드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 나가는 것은 미래에셋만 겪는 문제도 아니고 그 동안 충분히 나왔던 내용"이라며 "부동산 PF의 노출 정도도 양호해 하한가를 맞을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미래에셋의 펀드 판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펀드 런(펀드 대량 환매)' 상황이 벌어질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위기의 징후는 지난 주부터 감지됐다. 국정감사에서 여러 의원들이 미래에셋의 인사이트펀드를 타깃 삼아 판매사(증권사, 은행 등)의 불완전판매(원금 보장 여부 및 손실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판매)와 자산운용사의 '몰빵'식 투자 행태 등을 집중 공격했다.
여기에 한상춘 전 미래에셋투자연구소 부소장이 TV토론에서 "투자자들의 욕심이 펀드 반토막에 책임이 있다"는 실언을 하는 바람에 인터넷에 미래에셋 비난 글이 쇄도했고, 미래에셋이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 있다는 루머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미래에셋의 한 직원은 "점심 때 회사 밖을 나가기가 꺼려질 정도로 무서운 하루였다"면서 "곧 인사이트펀드를 시작한지 1년이 되는데, 운용보고서를 내놓으면 또 얼마나 뭇매를 맞을 지 앞이 캄캄하다"고 하소연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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