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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로 번지는 금융위기… 세계 직장인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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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로 번지는 금융위기… 세계 직장인 '좌불안석'

입력
2008.10.2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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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노동자와 직장인이 떨고 있다. 금융산업이건 제조업이건 가릴 것이 없다. 금융위기가 자동차, 생활용품 등 실물경제로 번지면서 미국, 일본, 영국 등 각국의 기업들이 감원과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살아 남은 직장인에게도 보수 삭감이 예고돼 있어 각국의 근로자는 우울한 연말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ㆍ유럽의 제조업도 감원

금융 위기로 실물경제가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제조업종에 본격적인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IHT)은 19일 "미국의 대표적 음료 기업 펩시콜라가 지난주 3,300명의 직원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며 "경기를 타지 않는 비즈니스로 알려진 펩시콜라가 감원을 예고한 것은 금융위기가 미국의 실물경제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펩시콜라는 대공황기에도 매출을 늘려왔지만 최근 주문 감소 조짐이 보이자 서둘러 감원에 나섰다.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자동차 제조업체도 구조조정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어 전후방 산업에 종사하는 미국의 노동자는 연쇄 실직을 각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3대 자동차 메이커인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미시간 등 3개 공장을 폐쇄하고 임직원 4,000명 해고를 발표했고, 미국에 8개 공장을 갖고 있는 도요타도 2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부품업체 보그워너가 당초 예상보다 5배 많은 1,25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IHT는 "이제 미 노동자는 어느 산업에 종사하든 실직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미 정부의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 방안은 실업률을 낮추는 정도의 효과를 발휘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의 자동차 업계도 감원을 단행하고 있다. 닛산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장에서 내년 9월까지 전체 직원의 38%에 해당하는 1,700여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벤츠, BMW 등을 생산하는 고급차 회사들도 최근 구조조정 및 원가절감 압력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영국의 9월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21.2% 감소하는 등 유럽 자동차 업계는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 영국, 프랑스 정부는 그간 금융위기 구제에만 전력을 기울였지만 이제는 실물 경제를 살리는 데도 나서야 할 판이다.

홍콩, 금융 기업 감원 바람

'아시아 금융 허브'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홍콩의 은행, 증권 등 금융 산업 종사자는 미국발(發)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 지역에 입주한 미국계 금융기관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HSBC가 홍콩에 근무하는 임직원 100여명을 해고한 것을 포함해 씨티그룹, 리먼브러더스, 영국계 노던록 등이 모두 4,000여명의 홍콩 현지 직원을 구조 조정했다. 일부 은행이나 증권사는 감원 대신에 3~6개월씩 휴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일본, 취업 시장 한파

미 금융위기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한 일본은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금융위기가 확산되자 일본 주요 기업이 내년 봄 대졸 취업자 내정 규모를 줄인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이달 초 880개 기업의 내년 봄 채용 내정자 숫자를 조사한 결과 올해 봄에 비해 1.4% 감소해 5년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주요기업은 경기 회복과 저출산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대졸 내정자수를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두자릿수로 늘려왔다.

멀고도 먼 경기 회복

세계 경제 회복의 열쇠를 쥔 미국의 소비 부문이 위축된 만큼 각국의 실업과 감원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소비 부문이 차지한다. HSBC 아태지역 최고경영자인(CEO)인 샌디 플록은 "금융위기의 영향은 앞으로 더 심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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