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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수(保守) "지금 필요한 건 이념 보수(補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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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수(保守) "지금 필요한 건 이념 보수(補修)"

입력
2008.10.2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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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당의 이념적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 공화당에 이념적 논리를 제공하고 보수주의의 철옹성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온 보수파 논객들이 존 매케인ㆍ세라 페일런 공화당 정 부통령 후보를 거침없이 비판하는 하면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매케인 후보의 패배가 점점 확실해지면서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과 당의 변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비관적인 선거 판세가 공화당의 변혁을 부르는 직접적인 계기이지만, 이면에는 보수주의 이념이 퇴색하고 있는 데 따른 우려가 짙게 깔려 있다. 매케인의 패배가 개인 차원에 그치지 않고 공화당의 이념 붕괴와 방향성 상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의 반영이다.

지난달 보수적 여성 칼럼니스트인 캐슬린 파커가 페일린 부통령 후보에 대해 "명백히 다른 부류"라며 후보 사퇴를 촉구한 이후 매케인-페일린 티켓을 질타하는 영향력 있는 보수 논객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인 찰스 크라우트해머는 이달 초 매케인을 "광신적 즉흥주의자"라고 혹평했지만 오바마에 대해서는"일류급의 지성과 절제를 지닌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마치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듯한 글이었다. 퓰리처상을 받은 역시 보수 칼럼니스트 조지 F 윌은 "페일린의 거품"을 "IT(정보기술)와 주택의 무분별한 거품"에 비교하며 매케인은 "분수에 맞지 않는 운동장에서 좌충우돌하는 신참내기"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공화당의 티켓은 15일 열린 세번째 TV토론을 끝으로 사실상 생명이 끊어졌다고 선언했다.

지난주에는 소설가이자 정치평론가이면서 보수파의 핵심 이론가인 크리스토퍼 버클리가 한 인터넷 정치 웹사이트를 통해 전격적으로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다. 크리스토퍼는 미국에서 현대적 보수주의 운동의 지적 설계자 중 한명이자 1959년 보수주의자들의 기관지 격인 <내셔널 리뷰(national review)> 를 창간한 윌리엄 크리스토퍼의 아들이다. 크라우트해머와 버클리의 칼럼은 공화당 유권자들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오면서 보수주의 이념과 정체성 논쟁으로 파문이 확산될 기세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의 이런 진통은 1970년대 중반 네오콘(신보수주의자) 등장 배경과 비슷하다고 19일 논평했다. 한때 진보적 좌파 이념으로 무장했던 이들은 당시 소련에 대한 민주당의 무기력한 대응에 절망해 보수주의자로 돌변하면서 로널드 레이건의 '현대적 보수주의'의 기초를 놓았다.

이 신문은 라이스 대학의 앨런 매튜소 교수를 인용, "레이건의 승리는 공급중심의 경제학에서부터 힘의 외교에 이르기까지 행동하는 네오콘의 이론이 밑바탕이었다"며 "이들의 숫자는 작았지만, 지적인 영향력은 엄청났다"고 평가했다. 조지 W 부시 정부의 무능과 경제위기에 좌절한 나머지 터져나 오는 보수세력의 새로운 목소리가 30년 전 진보에서 보수로 활로를 모색한 네오콘의 궤적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페일린을 "공화당의 암"이라고 극언했던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최근 칼럼에서 "레이건 시대로 회귀해야 하느냐, 아니면 다른 뭔가를 찾아야 하는가가 논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매케인 이후의 공화당'이 단시일 내 해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뉴욕타임스는 마거릿 대처의 퇴장 이후 영국 보수당이 무기력증을 치유하는 데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고, 미 공화당 내 진보를 내세운 베리 골드워터 후보가 64년 대선에서 민주당에 참담한 패배를 당한 이후 레이건이 공화당 시대를 다시 열 때까지 16년이 걸렸다고 지적하면서 "문제는 지금의 (공화당)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가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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