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하루에 200원씩이나 움직이는 상황에서 어떻게 내년 경영계획을 짤 수 있을지 고민이다" "실물경기 침체가 내년에 본격화된다는 게 다들 공감하는 현실이기 때문에 올해보다 사업을 벌릴 상황이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불어닥친 최대의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 사업계획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국내 대기업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기다릴 수도 없다.
일단 1차로 가안을 잡은 뒤, 금융시장 안정을 기다려 수정하겠다는 곳이 있는 반면, 신규 투자는 일단 축소해야겠다며 어느 정도 결론을 낸 곳도 있다.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일단 내년 사업계획 결정의 최대 변수는 환율이다. 내년 환율이 현 수준보다는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최근 환율 급등락을 고려할 경우 안심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1차로 기본계획을 수립 중인 삼성그룹은 계열사별로 최대한 보수적으로 환율 전망을 잡아 경영계획을 준비 중이다. 수출기업의 경우 달러당 900원, 수입업체는 1,200원 정도로 보고, 수익성을 전망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그룹도 사정은 비숫하다. 내부 연구소를 통해 현 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 터라 이미 예정된 투자는 유지하되, 추가 투자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SK그룹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환율 1,050~1,100원, 유가 80~90달러, 시장금리 6~7%로 보고, 각 계열사 특성을 감안해 보수적 기준에서 사업계획을 짜기로 했다. 포스코는 글로벌 금융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 리스크 관리 등에 초점을 맞춰 사업계획을 작성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주력 사업의 대부분이 실물경제 동향에 민감한 만큼, 상황이 최근처럼 지속되면 새 사업의 상당 부문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2롯데월드의 경우 허가가 나오는 대로 추진하겠지만, 해외사업 확장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
GS그룹과 두산그룹, 현대건설 인수가 최대 현안인 현대그룹 모두 여느 그룹과 마찬가지로 내년 살림살이를 어떻게 꾸려갈지 고민이다. 삼성그룹 고위관계자는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비관적인 상황을 전제 하에 사업계획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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