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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뭄에 속타는 기업/ "정부 구제 손길 닿을 때까지 버틸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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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뭄에 속타는 기업/ "정부 구제 손길 닿을 때까지 버틸지 의문"

입력
2008.10.2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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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돈 가뭄'문제는 당장 하루가 급할 만큼 다급한 상황입니다. 정부가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보유 비업무용 땅까지 매입해주겠다지만 그 때까지 과연 살아 남아 기다릴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정부가 20일 기업 부도방지를 위한 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들의 아우성은 고조되고 있다. 널뛰는 환율로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증폭되자 정상적인 자금조달은 올 스톱됐다.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은 당장 하루 하루가 급한 상황이다.

각종 부도 루머까지 확산되면서 괜찮은 기업들까지도 흑자도산의 위기에 몰릴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건설업체인 C사는 화의 신청설이 나오며 주가가 가격제한 폭까지 떨어졌다. 한 증권사는 자금시장에 화의를 신청할 것이라는 설이 나돌면서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지난달 초 이 회사의 차입금이 6개월 만에 7,500억원 가량 급증한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 지급보증금액도 4조원 가까이 늘어 최악의 국면에 처했다는 얘기 때문이었다.

기업들의 자금난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권에서 비롯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국고채 금리까지 떨어지고 있으나 은행채와 회사채 금리의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국내 은행에 대한 외부의 우려도 높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금융권에 대한 종합대책을 내놓았으나 기업들의 자금난 해소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까지 매입해주겠다는 정부의 계획 역시 극한 상황에 처한 기업들의 자금난에 얼마만한 효력을 발휘할 지 불확실하다.

삼성과 LG, 현대ㆍ기아차, SK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 조차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운전자금 확보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유동성 확보가 전 계열사의 최우선 전략이다.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현금뿐이라는 것.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가장 싫어하고 경계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며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책은 안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때를 떠올리면서,"당시 대우그룹이 해체된 것은 현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비싼 이자를 준다고 해도 사채시장에서조차 돈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금줄이 말랐기 때문이었다"며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시 불안이 이어지면서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조달 길도 막혔다. 투자자들이 주식보다 현금을 선호하면서 상장을 계획했던 기업들은 공모가를 낮추거나 잇따라 상장을 포기 혹은 연기하고 있다. 최근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린 금호그룹은 금호생명 상장계획을 포기하고 매각하는 쪽을 방향을 잡았다. 생보주 상장 1호로 꼽혀온 동양생명도 연내 상장이 어려워진 상태다.

공모가격에 불안을 느낀 SKC&C와 롯데건설, 진로, 대우캐피탈, 포스코건설 등은 아예 상장을 보류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한화그룹의 경우 대한생명 등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매각, 부동산 매각 등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인데 증시와 자금시장 불안이 겹치면서 조바심을 내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의 기업자금 지원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단편적인 기업 보유 부동산을 사주기에 그치지 않고 포괄적으로 기업과 금융기관들 간에 꼬여있는 연결고리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며 "수익을 내고도 '돈맥경화'현상으로 흑자도산하는 기업이 생겨나지 않도록 신속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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