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의 산업, 활로를 찾아라] 1부 실물로 금융위기 파고 넘자 (상) 날로 추락하는 산업경쟁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의 산업, 활로를 찾아라] 1부 실물로 금융위기 파고 넘자 (상) 날로 추락하는 산업경쟁력

입력
2008.10.21 00:12
0 0

3년 전인 2005년 가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는 우리나라 주요 산업의 경쟁력을 분석한 두툼한 보고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우리를 추격해 오고 있는 반면 일본과의 격차는 줄어들지 않아 사실상 우리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퇴보하고 있다는 게 골자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특단의 정책을 펴자는 산자부 건의를 의심했다.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오히려 "이런 정책을 기안한 의도가 뭐냐"며 호통만 쳤다.

삼성전자는 매년 가을 첨단 기술력을 자랑하는 소식으로 신문 1면을 장식했다. 2001년 1기가 낸드플래시 개발을 시작으로 해마다 집적도를 두 배로 높인 반도체 개발 소식을 발표했지만, 지난해 가을 30나노 64기가 낸드플래시 개발 성공 이후엔 더 이상의 신화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조차 '황의 법칙'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부지런함을 무기로 한 한국식 경제 성장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주요 산업 5년째 제자리 걸음

실제 20일 각 산업별 단체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요 산업의 경쟁력은 지난 5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세계 자동차 생산에서 우리나라 비중은 2003년 5.1%에서 지난해 5.5%로 다소 확대된 반면, 중국의 비중은 같은 기간 7.2%에서 11.9%로 크게 늘어났다. 자동차 생산량도 우리나라는 2000년 311만대에서 2007년 409만대(세계 5위)로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중국은 207만대에서 887만대(3위)로 커져 우리나라를 앞질렀다.

철강 생산능력도 우리는 2003년 4,630만톤에서 지난해 5,150만톤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중국은 2억2,200만톤에서 4억8,900만톤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석유화학 산업의 규모를 나타낼 때 사용되는 에틸렌 생산 능력도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줄곧 세계 5위로 순위에 변동이 없었으나, 중국은 4위에서 2위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섬유 수출액도 우리는 2002년 4위에서 2006년 6위로 떨어졌지만, 중국은 같은 기간 2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조선의 경우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용을 보면 중국의 성장세가 심상찮다. 1999년 41%였던 우리나라 조선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7년 35%로 감소한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10%에서 29%로 크게 확대됐다.

기술 경쟁력 강화로 활로 뚫어야

현대경제연구원이 16일 펴낸 '한국의 무역구조 변화와 한ㆍ중ㆍ일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출 단가는 한ㆍ중ㆍ일 3국 중 가장 크게 하락하고 있다. 2000년을 100으로 했을 때 일본 등 선진국의 수출상품가격은 2006년 130으로, 중국도 103으로 상승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92로 하락했다.

한ㆍ중ㆍ일 3국의 경쟁력은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004년 3.10%(7위)를 기록한 뒤 계속 점유율이 떨어져 올해 상반기 2.3%(9위)까지 주저앉았다. 일본도 점유율이 8.8%에서 6.9%로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순위는 그대로 4위를 지켰다. 중국은 2004년 13.3%에서 지난해 16.4%로 점유율이 오른 데다 순위도 2위에서 1위로 올랐다.

이처럼 경쟁력에서 차이가 나면서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흑자는 2006년 198억달러에서 지난해 190달러로 계속 줄고 있고, 대일 무역적자는 같은 기간 156억달러에서 187억달러로 확대 일로이다.

문제는 이처럼 오랫동안 정체돼온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맞물려 자칫 하락세로 접어들 경우 그 폭과 기간을 가늠할 수 조차 없다는 데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일본의 장벽에 막히고 중국의 추격에 쫓기는 샌드위치 신세에서 벗어나고, 미증유의 글로벌 경기 침체에서 살아 남는 방법은 결국 기술력과 경쟁력을 높이는 것 밖에 없다"며 "산업의 기본인 부품ㆍ소재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한편, 대학의 연구 경쟁력을 높여 원천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일근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 "日이 썼던 가마우지 전략, 우리도 활용하자"

미국발(發) 금융 위기가 실물 쪽으로 확산되면서 우리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발 후폭풍이 우리에겐 더 치명적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위기가 있으면 기회도 있는 법. 다행히 우리에겐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험과 중국이라는 큰 시장이 있다. 주력 산업의 현 주소를 점검하고, 미증유의 글로벌 파고를 극복할 수 있는 묘책을 찾아보는 산업 경쟁력 시리즈를 시작한다.

#1.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Macy's) 등에 한국과 중국 등의 캐주얼 의류를 납품하고 있는 수입상 A씨. 그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납품할 물품이 이미 뉴욕항에 도착해 있는데 갑자기 백화점에서 주문을 취소하겠다는 연락을 해 온 것. 9월 중순 이후 판매량이 급감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2. 차량 내 좌석 위치 조절 모터를 생산하는 국내 K사는 최근 200만달러가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을 속수무책 바라봐야만 했다. 연초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1차 협력사인 L사와 500만달러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최근 L사에서 물량을 40%나 줄이겠다는 통보를 해 왔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미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 붙기 시작했다.

20일 KOTRA에 따르면 지난달 리먼브러더스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미국에선 수입품 주문량을 줄이고 주문을 아예 취소하는 사례까지 잇따르고 있다. 최정은 뉴욕무역관 대리는 "지난달 중순 이후 주문량이 20~60% 감소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수입상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며 "통상 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고가제품 시장마저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곳은 자동차 업계. 지난달 미 신규 자동차 판매는 96만5,000대로 최근 15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대ㆍ기아차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4%나 줄었다. 자동차가 안 팔리자 당장 강판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 피츠버그에 위치한 포스코와 USS스틸의 합작 법인인 UPI는 지난달 내연강판 수주량이 평소의 절반도 안 되는 6만톤에 그쳤다.

구조조정의 칼바람도 이어지고 있다. GM은 5,000명, 포드는 정규직 중 3분의1, 크라이슬러는 시간제 근로자 8,000명을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야구로 치면 미국 경제의 어려움은 이제 겨우 3회 말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실업자가 늘면 소비는 더 줄고, 판매가 안되면 기업은 인원을 더 줄일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자, 규모도 미국의 2배인 중국의 성장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 상반기 10.4%였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반기엔 9.0%, 내년에는 8.1%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 봤다.

그러나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환율이 오르면서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은 높아졌다. 시장을 냉철히 분석하고 차분히 살펴 보면 그 속에 숨은 기회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품ㆍ소재 산업을 육성, 중국의 수출형 대기업에 공급함으로써 일본이 우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젠 우리가 중국을 가마우지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특히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국 내수를 적극 공략하면 글로벌 파고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가마우지 경제

낚시꾼이 가마우지 새의 목 아래를 끈으로 묶어 나중에 목에 걸린 고기를 가로채는 것에 빗댄 말로, 우리나라는 핵심 부품과 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해 다른 나라에 파는 수출 구조이기 때문에 수출하면 할수록 정작 이득은 일본에게 돌아간다는 뜻.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 전문가 진단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앞으로 몰려올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파고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미 수출기업들은 미 금융 위기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며 "내년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기 침체가 더욱 심해질 것이고 개발도상국의 성장세도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동성 확보와 비용 절감에 힘을 기울이는 등 불황기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 실장은 "침체기엔 경쟁 구도가 많이 변할 수 있고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경기 회복기에 과실을 따 먹을 수 있느냐가 결정되는 법"이라며 "어려울 때 일수록 자신의 강약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만큼 이를 점검,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은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초과학을 발전시켜야 되는 데 여기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이성적인 의사 결정만 이뤄진다면 예측이 가능한데 심리적인 요인들이 크게 작용, 도저히 예측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결정하고 집행하다 보니 심리적으로 더 위축돼 전반적인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위기의 파장이 어디까지 갈 지 모르는 상황에서 실물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며 "다만 미국 소비자들은 이미 지갑을 닫기 시작했고 이러한 파장은 소재쪽과 유통쪽 판매량 감소로 이어져 투자 감소, 고용 불안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밝혔다.

김 상무는 이어 "그러나 불안정하다는 것은 잘 대응할 경우 쉽게 튀어나갈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며 "기술 역량을 높이는 데 힘을 기울이면서 거대 소비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힘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지렛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만용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내 놓았다. 이 연구위원은 "통상 올림픽을 치르는 나라는 올림픽 전에는 경기장과 도시 공공 시설 등을 중심으로 한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며 고성장을 하다 올림픽 후에는 경제 성장 둔화와 자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침체기를 맞는 올림픽 밸리 효과를 경험하게 된다"며 "이러한 포스트 올림픽 효과에 미 금융위기까지 겹친 만큼 중국 경제는 앞으로 상당한 폭의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중국 주식 시장이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데 이어 부동산 시장도 거품 붕괴의 초기 특징이 뚜렷한 만큼 앞으로는 소비 둔화가 가시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의 침체가 한국 경제로 전염되지 않도록 재정 지출 확대와 경기 부양책을 통한 내수 진작에 나서야 한다"며 "중국 진출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하고, 중국내의 협력업체 부실화에 대해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