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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라드의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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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라드의 은퇴

입력
2008.10.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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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 펀드 문을 닫으며 '이 사업에서 배운 것은 내가 그걸 미워한다는 사실뿐'이라고 밝힌 어느 펀드매니저의 말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렸는데, 전적으로 동감이다. 나도 돈을 벌려고 게임에 참가했다. 손쉬운 밥거리들, 부모 덕에 명문 사립고와 예일대, 하버드 MBA를 거친 백치들이 널려있었다.

자격이 없는데도 과분한 교육혜택을 받은 이런 사람들이 AIG나 베어 스턴스, 리먼 브러더스 같은 회사와 정부 요직을 차지했다. 귀족정치를 떠받치는 이런 행태는 결국 사람들이 너무 멍청해서 내 사업이 충분히 재미를 볼 수 있음을 쉽사리 알게 했다."

■지난 주말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에 실린 앤드루 라드의 은퇴의 변이다. 미 캘리포니아주 산타 모니카에 헤지펀드 '라드 캐피털'을 설립한 그는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를 예견한 펀드 운용으로 866%의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해 화제가 됐다. 그가 개발한 대표 상품 '주거용 부동산 헤지 클래스 A'의 운용기법이 담보부증권(MBS) 공매도로 떼돈을 번 폴슨사(Paulson&Co.)와 비슷하기도 해서 흔히 존 폴슨 회장과 비교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37세의 젊은 나이에 은퇴를 선택한 이유가 의외다.

■그는 이렇게 밝혔다. "더 이상 남의 돈을 굴리지 않겠다. 이미 충분한 부를 가졌다. 내 재산을 정확히 꿰뚫는 사람들은 내가 너무 작은 전리품을 얻고 싸움을 그만둔다는 데 놀랄지 모르지만 나는 만족한다." 또 "지난 2년 간 스스로에게 짐 지웠던 스트레스와, 대학과 대학원, 직장에서 끊임없이 이어진 경쟁으로 망가진 건강을 챙길 시간이 있다"고 기뻐한다. 그리고는 "경쟁자들은 부모 덕을 누렸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며 "(능력 위주의)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가 새로운 정부 형태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작별 편지'에는 한계에 이른 자본주의체제의 대안을 조지 소로스가 '위인 포럼'을 통해 만들어내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대마 재배 자유화와 자급자족 경제를 주장하는 등 횡설수설도 담겼다. 불투명한 수익 전망을 그의 진정한 은퇴 이유로 보려는 눈길도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모처럼 터져 나온 자성과 체제비판 목소리에 미리 귀를 막을 까닭이 없다. 미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곪아온 부분들이 다시 터지려고 하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조금도 엉뚱한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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