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이스라엘 사해 서쪽의 쿰란에서 두루마리에 쓰여진 오래된 문서가 발견됐다. '사해문서'로 지칭되는 이 문서들은 기원후 100년께 작성된 것으로 고대의 성서였다. 교회와 학계는 충격에 빠졌다.
로마와 중세 유럽의 교부철학자들에 의해 윤색ㆍ왜곡되기 전의 기독교의 본래 모습이 낡은 양피지에 기록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1970년대 중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왜곡과 날조의 역사라면 기독교 못지않은 중국 고대 사상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문헌들이 무더기로 발굴됐기 때문이다.
마왕퇴(馬王堆)의 한묘(漢墓), 임기(臨沂) 은작산(銀雀山) 등에서 철학, 역사, 천문, 역법, 의서, 역서 등이 쏟아져 나왔다. 대다수가 이미 사라져 버렸다고 여겨지던 것이었거나, 후세에 전해진 것과는 내용이 상당히 다른 것이었다.
김경수 박사가 쓴 <출토문헌을 통해서 본 중국 고대 사상> (심산 발행)은 출토문헌의 출현과 함께 학계에 불어닥친 의고(疑古) 열풍을 담고 있다. <노자> <중용> <자사자> 등 유가와 도가의 내용들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 보여주고, 국내외 학계에서 그 동안 진행된 출토문헌 연구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소개한다. 자사자> 중용> 노자> 출토문헌을>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각각 한묘의 백서(帛書ㆍ비단에 쓴 글)와 1993년 곽점(郭店) 초묘(楚墓)에서 나온 죽간본을 중심으로 중국 고대 사상의 본모습에 접근한다. 저자는 1부에서 황로학(黃老學)을 도가와 법가가 결합된 도법가(道法家)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주류의 관점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한다.
2부는 초묘 죽간의 연대를 기원전 300년 전후로 보는 중국 학계의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밝힌다. 비교적 최근에 발굴된 초묘 죽간본은 그동안 국내에 그 연구 결과가 국내에 소개된 적이 거의 없었다.
저자는 단순히 중국 학계의 주류 관점을 비판하는 데서 벗어나 고대 사상에 대한 몇 가지 연구 지향점을 제시한다. 황로학, 도가, 법가, 병가의 사상이 새롭게 고찰되고 전국 말기 유가의 변천사도 다뤄진다. <중용> <자사자> 같은 문헌이 어느 시대에 어떤 배경에서 쓰여졌는지 고증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의 성과다. 자사자> 중용>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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