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비극에는 삶과 죽음, 운명 등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3,00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전혀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지요."
그리스어ㆍ라틴어 문학 번역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천병희(69) 단국대 명예교수가 그리스 3대 비극을 최초로 원전 완역했다. 최근 <아이스퀼로스 비극전집> 과 <소포클레스 비극전집> (숲 발행)이 먼저 출간됐고, 내년초 <에우리피데스 비극전집> (3권)이 나오면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의 작품 33편이 모두 우리말로 옮겨져 나오게 된다.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 아이스퀼로스>
천 교수는 단국대 교수로 재직하던 1990년대말 3대 비극작가의 개별 작품집을 번역해 내놓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18편만 번역, 완역은 미완의 과제였다. 그는 정년퇴임(2004년) 무렵부터 매일 6시간씩 작업에 매달려 나머지 작품들을 번역해냈다.
대학(서울대 독문과) 3학년 무렵 읽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의 매력에 빠져들어 그리스 비극을 원전 번역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때로부터 치면 무려 40여년 만에 필생의 과업을 달성한 셈이다.
천 교수는 3명의 작가 모두 독자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스퀼로스는 인간이 신의 뜻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 끝에 지혜를 얻는다는 드라마의 기본구조를 만들었다는 작가라는 점에서, 소포클레스는 신 대신 인간을 드라마의 중심에 세웠다는 점에서, 에우리피데스는 다양한 캐릭터를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위대한 작가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극작가나 소설가 등 이야기를 짓는 창작자들은 꼭 그리스 3대 비극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속의 등장인물들이 소설, 영화, TV드라마, 음악 등 후대의 예술 장르에서 끊임없이 원용돼 왔기 때문이다. 가령 아들에게 연정을 품었다가 비극에 빠지는 어머니의 캐릭터인 페드라는 영화 '페드라'(1962)에에서 재연됐고, 리하르트 스트라우스는 '엘렉트라'라는 제목의 오페라를 작곡하기도 했다.
천 교수는 "그리스 비극이 무엇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은 한 시대, 한 민족의 정신이 보여주는 감수성과 비극적 깨달음을 알아가는 과정에 다름아니다"라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의 숭고(崇高)'라는 개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학자의 학구열은 식지 않고 있다. 천 교수는 지금은 올 연말 완역을 목표로 헤로도토스의 <역사> 를 옮기고 있는 중이다. 역사>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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