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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단 한권의 책 '나'를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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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단 한권의 책 '나'를 사랑하라

입력
2008.10.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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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모 대학교에 강연을 다녀왔다. 방청석의 한 학생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졸업반인데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다.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우리에게 특별히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있다면 추천해 달라. 학생의 진지한 눈빛에서 나는 17년 전의 나 자신을 발견했다. 세상의 하루하루는 내 손이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에서 피었다 지기를 반복하는 것 같던 나날이었고 앞서 태어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소매를 붙잡고 이것저것 묻고 싶던 시절이었다. 질문은 들끓었지만 답은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었다.

비정규적인 노동에 대한 참혹한 수준의 급여액수로 규정된 불행한 세대의 간곡한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 머리를 가득 채운 생각의 대부분은 두려움이거나 후회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들은 공통점이 있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두려워하지도 후회하지도 마라. 그리고 내가 글을 처음 쓰게 된 일화를 소개해주었다. 들끓는 질문으로 잠 못 이루던 그 시절의 어느 날 문방구에서 사온 노트에 뭔가를 적어 내려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내면의 목소리가 나에게 답을 준 것이다. 글을 쓰라고. 마음의 지옥을 글로 뱉어내라고.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나는 평화로웠다. 그래서 나는 또 말했다. 이 세상에서 우리에게 답을 줄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뿐이니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언젠가는 또렷한 목소리로 답을 줄 것이다. 저마다 인생의 책은 자기 자신이니 그 단 한 권의 책을 사랑하라. 두려워하지도 후회하지도 말고 다만 사랑하라.

인생에서 두려움이 가장 번성한 시기를 통과하는 후배들에게 나는 이런 말도 했다. 내일 모레면 나는 불혹이다. 흔들리지 않는 삶이란 끔찍한 것이다. 차라리 두려운 게 낫다. 두려운 게 많다는 건 젊다는 증거니까. 후회는 우리의 영혼을 늙게 만든다. 그 학생에게 나는 이런 고백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요즘 부쩍 두려운 것보다 후회스러운 게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카뮈의 <이방인> 을 새삼 뒤적거린다. 두려움의 극을 보여주고 그것을 응시할 수 있는 용기를 줬던 책, 나를 작가로 만든 책을 다시 읽는다고. 두려워하는 자신이 아닌 두려움 자체를 사랑하기 위해.

김경욱ㆍ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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