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글을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신문이건 잡지건 단 한 번도 구독한 적도 없고…."
막 책을 펴낸 저자가 하는 말치곤 좀 뜨악하다. 올해 서른한살의 패션 디자이너 최범석. 그의 옷처럼 그의 말도 직설적이고 심플하다. 동대문에서 원단 나르며 '몸으로 흡수한' 패션으로 세계 시장의 인정을 받은 비결도 그 솔직함일까.
<최범석의 아이디어> (푸른숲 발행)라는 제목의 책은 뭐라 규정짓기 힘든 장르의 물건이다. 자신에게 영감을 준 여러 예술 분야를 종횡무진 오가며 감상을 늘어놓더니, 일상과 관련한 소소한 이야기를 일기 쓰듯 적었다. 그리고 화려함 속에 감춰진 디자인 세계의 치열한 경쟁. 마지막 4분의 1쯤은 2007년 뉴욕 컬렉션 참관기다. 최범석의>
분방하게 펼쳐지는 사유의 원단에서 독자들이 오려 쓸 만한 옷감은 감각이 돋보이는 생각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지저분함도 컨셉이다' '디자인에는 검정 띠가 없다' '즐겨야 보인다' 등등. 그런데 최범석 디자인의 멘털리티는 의외로 빈티지(vintage)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창작도 결국 순환인 것 같아요. 모든 것은 빈티지로 모아지게 돼요. 옛것이 100이라면 새것은 거기에 1이나 2를 더한 것이에요. 더하기 10, 20도 없어요. 그래서 전 아날로그로 만든 새로움이 좋아요. 하나를 만들기 위해 걸린 오랜 시간이 느껴지는 그런 것 말이죠."
남부럽잖게 '튀는' 디자이너로 인식되는 최범석이 빈티지에 집착하는 이유는 또 있다. 남들이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할 때 그는 거리에서 옷을 팔고 있었다. 그는 소위 제도권 디자이너가 아니다. "딱 100만원 갖고 홍대 앞에서 장사를 시작했어요. 그 돈으로 시작할 수 있는 유일한 아이템이 빈티지였죠."
책은 게걸스레 여러 문화매체를 흡수하는 최범석의 모습을 담고 있다. 스탠리 큐브릭, 길버트 앤 조지, 뷔욕, 바스키야를 그는 한 호흡에 빨아들인다. 비욘세의 한국 공연 뒤풀이 파티에서는 디제잉도 했다. 저러다 조로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급하다. "남들 공부할 때 전 놀았잖아요. 그러니 빨리 흡수해야죠. 패션은 대중문화거든요. 날 마냥 부럽게 보는 사람도 있는 반면 워커홀릭이라 흉보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즐겁다는 사실이죠. 그 즐거움을 나누는 일이 패션이니까요."
유상호 기자
사진=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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