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엔 가족이 힘이다. 실물경기가 급속히 악화하는 가운데 '가족애' 를 담은 광고들이 쏟아지고 있다.
IMF 구제금융 시절 광고업계를 풍미했던 '가족 마케팅'이 최근 다시 힘을 얻으면서 전통적으로 빅스타를 내세워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했던 산업부문의 광고조차 가족의 소박한 일상에서 위안을 찾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삼성물산의 래미안 광고 '엄마편'. 놀다가 집에 돌아와 엄마를 찾는 아이의 심정을 "집에 엄마가 없으면 집이 텅 빈 것 같다"고 표현하면서 '집은 엄마다'라는 자막으로 끝낸다. 아파트에 브랜드 시대가 열린 이래 빅스타급 모델을 내세워 상류사회의 생활여건을 집중 부각시켰던 기존 아파트 광고에서 180도 달라진 컨셉트인 셈이다. 엄마의 따뜻한 품에서 연상되는 안락한 느낌을 강조한다.
신한카드의 옴니버스 형식 광고 '약속'편도 소비가 미덕이라고 외쳤던 기존 빅스타 위주 광고에서 크게 벗어난다. '가끔은 가족끼리 외식을 한다는 약속', '받은 사랑 꼭 돌려드리겠다는 약속', '1년에 한 번은 꼭 휴가오자는 약속' 등 경제가 어렵지만 가족과의 약속은 지키고 싶은 마음을 지지한다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광고 모델도 전부 실제 가족들로 채워져 현실감을 극대화했다.
르노삼성자동차 SM5는 '포옹'편에서 파도 치는 해변가에서 남자아이가 엄마 품으로 뛰어들어가는 내용을 담아 '어떤 상황에서도 엄마(가족)의 품은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동서식품 맥심커피는 연인이나 부부간의 '애정'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광고에서 탈피, '부자/모자'편을 통해 장성한 아들과 이젠 장년층이 된 부모의 잔잔한 공감을 화면에 부각시켰다.
제일기획 광고2팀 장종철 국장은 "불황은 심리이고 불황을 극복하는 것도 심리라는 관점에서 불황기엔 늘 '감성 마케팅'이 대두되고, 감성을 자극하는 가장 보편적인 소재는 가족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는 어려울 때 믿을 것은 가족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아빠 힘내세요' 같은 가장에 대한 응원류의 광고가 많았지만, 올해는 가족이 험한 세상의 유일한 안식처로서 전면에 등장, 단지 가장에 대한 응원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 서로에 대한 믿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차이"라고 덧붙였다.
신한카드 브랜드전략팀 여동근 부부장은 "아무리 어려워도 가족을 위한 소비는 최대한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는데다 불황기엔 기업들이 광고를 통해 상품정보 이상의 것을 제공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의식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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