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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불똥' 때묻지 않은 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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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불똥' 때묻지 않은 섬까지

입력
2008.10.2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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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위기의 불똥이 인공의 때가 묻지 않은 대서양의 한 작은 섬으로 튀면서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서양상 영국령 터크스 케이커스 제도 내 '웨스트 케이커스' 섬에서 중국인 노동자 300여명이 최근 섬을 점령하고 자신들과 노무 계약을 맺고 있는 이스라엘 관리인들을 사실상 감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AP통신이 16일 전했다.

이스라엘 외무부에 따르면 수일간 웨스트 케이커스 섬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이스라엘 관리인 15명 중 9명은 섬을 빠져 나왔으나 6명은 아직 섬에 있다.

사건은 금융 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에서 비롯됐다. 웨스트 케이커스 섬에 고급 휴양지를 건설하려던 '로그우드 호텔개발 주식회사'는 리먼브라더스의 돈을 빌어 리츠 칼튼 리조트를 짓고 있었으나 최근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공사는 이달 1일부터 중단되고 말았다. 중국인 노동자들은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아쉬트롬 그룹'의 자회사와 계약을 맺은 중국 송출 회사 소속이다.

사건을 중재중인 마이클 미시크 터크스케이커스 제도 총리는 "중국인들은 밀린 수주간의 임금 지급 등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중국인들이 이스라엘 관리인들을 한 곳에 감금하고 인질로 붙잡고 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관리인 중의 한명인 이갈 얀코비치씨는 "우리는 상황을 통제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중국 노동자들이 매우 분노한 상태이지만 누구도 인질로 붙잡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로 미뤄 중국인들은 섬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관리인들의 동선을 통제하는 등 느슨하게 대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이 원만하게 풀릴지는 낙관할 수 없다. 이스라엘측은 노동자의 임금은 중국 노동자와 중국 송출회사간 문제라고 밝혔다. AP통신은 "리먼브라더스 파산의 여파가 세계 오지로 미치면서 중국, 이스라엘 등이 연관된 이 사건은 현 위기의 범위가 그만큼 광범위하다는 것을 실증한다"고 전했다.

430㎢ 면적의 40개의 섬으로 이뤄진 터크스 케이커스 제도에는 주민 2만 2,000여명이 무인도를 제외한 8개섬에 살고 있으며, 뉴욕에서 비행기로 3시간 거리이고 플로리다에서 1시간거리여서 미국 관광객들이 때묻지 않는 자연을 보기 위해 이 곳을 찾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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