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랜즈버그 지음ㆍ이무열 옮김/웅진지식하우스 발행·300쪽·1만3,800원
소제목들만 보면 무슨 유머집 같다. '섹스를 더 많이 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 '스크루지, 세상에서 가장 이타적인 인간' '딸들이 이혼을 유발한다' '복수심은 금전욕보다 건강하다' '코끼리 사냥 금지는 코끼리들에게 나쁜 소식이다'…. 진담인지 농담인지 아리송한 책의 서문에 저자는 이렇게 썼다. "나는 당신의 상식을 공격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워싱턴포스트 계열의 웹진 '슬레이트(Slate)'에 저자가 10여년 동안 연재한 경제학 칼럼 가운데 격렬한 논쟁을 일으킨 것들을 모은 것이다. 책의 원제목인 'More Sex is Safer Sex'는 첫번째 칼럼의 제목이기도 하다. 구두쇠의 미덕(3장), 모성과 소득의 반비례 관계(11장) 등 파격적인 주장이 뒤어어 책의 내용을 채운다.
보다 많은 사람이 나이트클럽에서 원나잇 스탠드의 짝을 찾아야 에이즈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가설(1장)은 '비용과 편익'의 고전경제학 원리에 의해 정당화된다. 파격적이고 황당하지만 논리 구조만 따진다면 허점을 찾기 어렵다. 저자는 이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옳은 것으로 여겨지던 것들이 전혀 논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기괴한 상상이 정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시킨다.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도발적인 주장을 통해 저자가 드러내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그는 "도덕관념이 시장과 사람을 얼마나 왜곡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독자가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자신의 도덕관념이 공격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른바 '도덕과 상식'이 아니라 세상을 움직이는 진짜 이치를 파악하는 것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길이라 역설한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경제학의 힘"이라고 강조한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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