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쌀 소득보전 직불금을 부당하게 수령한 공무원들에 대한 전면 조사에 착수한 것은 공직사회에 대한 대대적 개혁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들이 잇달아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천명하고 나선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공직사회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쌀 직불금 부당 수령 문제에 대해 "공직사회 전반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한승수 총리는 17일 전수조사 실시를 통한 관련자 처벌 방침을 밝혔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도 "공직기강을 다잡는 계기로 사용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여권이 한 목소리로 엄중 처벌을 강조한 데는 현 정권의 고위공직자 가운데는 크게 문제될 사람이 없다는 내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걸려 있긴 하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전 정권의 일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은 오히려 국민여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이 들어 있다.
이 대통령은 정권 출범 초'얼리 버드'(EARLY BIRD)와 '노 홀리데이'(NO HOLIDAY)를 강조하면서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으나 쇠고기 파동과 촛불집회를 겪으면서 다소 풀어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공직사회를 다잡겠다는 의미다. 현재 정권 핵심층에서는 공직사회가 최근의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도 느슨하고, 정권을 바라보는 시각도 처음 같지 않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도덕 불감증과 복지부동에 젖어 있는 공직사회를 대상으로 한 인적청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이 대통령이 매번 공직사회에 대한 변화와 개혁을 주문했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게 대체적 평가"라고 말했다.
정부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및 305개 공공기관 직원 가족들에 대해 20일부터 일제 조사를 벌일 예정이나 조사의 초점은 쌀 직불금을 부당 수령했을 가능성이 큰 수도권 지역 거주자에 모아져 있다.
이들 중 부당 수령자가 다수 나올 경우 공직사회를 향한 개혁의 불씨는 수도권에서부터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부당 수령 공무원들에 대한 일제 조사에 들어가자 이달 말로 예정된 쌀 직불금 지급을 앞두고 신청 취소 문제를 문의하는 전화가 수도권 해당 관청으로 상당수 걸려오고 있다고 한다.
다만 다른 공직 비리 사건을 잇따라 터뜨리거나 부처나 공공기관에 대한 추가 구조개혁을 하는 선까지는 가지 않을 전망이다. 경제 위기를 감안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세워 선의의 피해자는 없도록 하되 관련자들을 중징계하면서 전체 분위기를 다잡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고 전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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